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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고수 화성학 1 : 악보 보는 법 ㅣ 무림고수 화성학 1
임광빈 지음, 배민기 그림 / 페이퍼타이거 / 2018년 8월
평점 :
작년 이맘때쯤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했다. 어린시절 피아노 학원에 다녔던 경험이 있었기에 혼자 연습을 이어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간추린 체르니 100번' 교재를 구입해서 끝까지 연주했고, 하농도 병행했다. 코드를 공부해서 대중가요의 연주와 반주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실력이 일정수준에 이르자 한계가 느껴졌고 흥미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단계를 뛰어넘고 싶은데 그것이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악보를 읽는 법'을 넘어 음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단순한 기계적 연주를 넘어 해당 곡이 담고 있는 메세지를 보다 풍성하게 발견하고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의 정서와 메세지를 담은 곡도 가볍게나마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화성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적당한 교재를 주문했고 유투브를 활용해서 강의도 들었다. 그렇게 배움을 시도하던 어느 날,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안되겠다, 못하겠어."
그랬던 내가 반가운 음악 교재를 만났다. <무림고수 화성학-1.악보 보는 법>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음악 이론서다. 주인공인 석두가 사부님에게 음악무공을 전수받으며 마교와 싸우는 이야기다. 독특한 이야기와 현란한 일러스트로 흥미를 더한다. 그렇다고 '음악 교재'라는 본질을 소흘히하지는 않는다. '악보 보는 법'에서 '음정'관련 이론까지,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음악이론을 담백하게 담았다. 음악이론을 배우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던 나에게, 특히 기존 교재의 난이도에서 어려움을 느끼던 나에게 유용하면서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의 장점: 서술방식, 구성, 설명
개인적으로 느낀 이 책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서술방식, 구성, 설명이다.
첫째, 문답식 서술방식이다.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스토리인 만큼, 이 책의 서술은 문답식, 혹은 '가르치는' 말투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맥락과 흐름을 따라가며 호기심을 갖고 설명에 몰입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1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치며 실제 상황에서 자주 받아온 질문들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 역시 실제로 궁금했던' 내용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실용적 내용과 친절한 서술이 배움의 맛을 더했다.
둘째, 학습에 적절한 '구성'이다. 매 챕터마다 '승급심사'라는 이름의 퀴즈가 주어진다. 객관식과 괄호넣기 퀴즈들이 학습에 필수적인 복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큰 챕터별로 '무림비급'이라는 이름의 핵심요약정리 파트가 있다. '승급심사'에서 상기, 점검하고 '무림비급'에서 재정리하는 구성은 학습-점검-복습-정리의 자연스러운 학습 흐름을 제공했다.
셋째, 직관적 '설명'이다. 스토리텔링 형식을 취한 만큼, 세부적인 설명 또한 재치있는 예시와 비유를 통한 직관적 설명을 제공한다. 특히 그동안 내가 어려워했던 '음정'을 다룬 파트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완전음정, 장음정, 중음정, 단음정, 감음정의 성질을 비유를 통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동안 느껴왔던 용어에 대한 낯설음과 불편함이 한결 옅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전반에 걸친 직관적 비유는 낯설고 어려웠던 음악이론을 친숙하게 만들어주었다.
지난 화성학 공부는 늘 '음정'파트에서 막혔다. 이번 독서에서 이 부분에 대한 불편함을 넘어서고 배움의 폭을 넓힌 것은, 정말이지 의미있는 수확이다. 오늘의 배움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음악을 들으며, 피아노를 연주하며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