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 건강한 자존감을 위한 자기 자비 연습
박진영 지음 / 호우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가 거듭된 실패로 좌절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안아주고 싶다. 위로해주고 싶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하여 용기를 주고 싶다. 적어도 그를 비난하거나 원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왜 그것밖에 해내지 못했냐며 책임을 묻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나'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왔던 것 같다. 비난과 비하와 원망과 후회는, 적어도 나 자신을 향해서 만큼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의 극명한 차이. 무엇이 그것을 만들어낸 것일까?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건 아닐까?

자기 자비, 나에게 너그럽게
7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듯 나 자신에게도 너그럽고 자애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자기 자비)이나 자신을 판단해 버릇하지 않는 것(마음 챙김)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자존감이나 행복에 대해 배울 때보다 자기 자비와 판단하지 않기에 대해 배우면서 나 자신에게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었다. 

'자존감'을 쫓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높은 자존감을 갖춤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성공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맹목적인 자존감 추구는 또 다른 내적 괴리감을 발생시켜 정신적 부담감을 가중시킬수도 있다. 자존감을 높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기비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나에게 맹목적 과제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에게 친절과 자애로 사랑을 보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조건없이 돌보듯, 무조건적 사랑으로 나 자신을 돌봐줄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의 핵심 키워드는 '자기 자비(self-compassion)'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엄격하지 않아도, 평가하지 않아도, 비난하지 않아도,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마음같지 않은 현실 속에서 자신에 대한 미움을 갖게 되기 쉬운 요즘이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가 자기비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상처받고, 지치고, 주저앉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독서는, 소외됐던 자신을 안아주고 돌봐주는 따뜻한 위로와 휴식의 시간이 될 것이다.

자기 자비, 회피가 아닌 직면의 힘
96 심리학자 로라 바너드는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 즉 자기 자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기 자비는 무관심이 아닌 평정심에 관한 것이다.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지 문제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한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것이지 안주와 정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비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위로와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은 현실극복의 의지를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도전을 포기하고 현실도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즉, '포기하면 편해'와 같은 태도를 갖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다. 하지만 자기 자비는 회피나 포기와는 대척점에 서있다. 오히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지각을 키워준다. 자신을 수용하고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당면한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기연민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과 감정을 각각 명료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담대한 직면은 자신감있고 적극적인 문제해결의 태도로 이어진다. 또한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이 타인을 향한 너그러움으로 이어지며 연대의식을 키워주기도 한다. 자기 자비는 나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삶의 의미와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지의 원천이다. 

그럴수록, 자기 자비
113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런 사회적 지지를 덜 구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자신의 부족함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게 될까 봐, 또 타인을 실망시킬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140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걱정시키기 싫다는 이유로 아프다는 이야기조차 잘 하지 않는데 .... 그걸 인정하고 돌보려 하기보다 무시하고 감추는 데 그동안 많은 에너지를 써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의 삶은 '자기 자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면한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난했고,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 미치지 못함을 자책했다. 열등감과 자기혐오의 굴레에 갇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상황속에서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마저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진영작가 또한 자신만의 힘든 시절을 지나왔다고 한다. 책에 댐긴 저자의 경험과 생각과 감정의 흐름들 속에서 나의 모습들이 보여 읽기를 멈추고 한참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런 저자의 긴 여정끝에 도달한 곳이 '자기 자비'인 만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독서의 경험이 나에게도 깊은 위로와 치유의 느낌을 주었다.

나와 함께, 매 순간 살아있는 삶으로
166 '의미'를 찾는다고 하면 뭔가 거대한 성취나 눈에 띄는 보상같은 큰 사건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로 삶의 의미가 그런 외적 보상물에 달려 있다고 한다면 삶의 환경이 나빠지는 순간 우리는 모든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는 시체가 되어버릴 것이다. 결국 흔들리지 않는 의미감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매 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228 자신을 향한 비난은 '부족하면 비난을 받아야지'라며 결국 타인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약점과 부족함을 갖고 산다. 그런 부족함이 드러날 때 비난하기보다 따뜻한 말로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의 존재는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우리는 역시 자기 자신과 서로에게 따뜻해질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성공하려 하는가? '행복' 내지는 '기쁨'일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잘 해내지 못하는 못하는 자신을 비난하며 고통 받는다면, 이 삶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삶이란 말인가? 하지만 우리의 시야는 그리 넓지 못하다. 근시안적 시야에 매몰되어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돌봐야할 사람이 누구인지 놓치게 되기 쉽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온전히 수용한다. 자기비난과 자기혐오에 갇혀있던 지난날의 나를 온전히 수용한다. 그 모든 '자기 자비'의 과정 속에서 가벼워지는 지금 여기의 나를 알아차린다. 나에 대한 자비는 타인을 향한 자비로도 이어진다. 나도 그랬다. 그러니 당신도 그럴수 있다. 나도 어리석었다. 그러니 당신도 어리석을 수 있다. 용서를 통해 해방되는 것은 타인이 아닌, 그 날의 원망에 얽메여있던 나 자신이다. 이제, 하나의 질문만이 남는다.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는 나의 행복과 기쁨과 성장과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떠오르는 것이 있다. 설렘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서둘러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