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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일리아스 ㅣ 명화로 보는 시리즈
호메로스 지음, 김성진.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호할 것이고,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은 문자로 풀어진 세계를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구현해내는 유희를 즐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다 좋아한다. 영화는 애초부터 좋아했고 소설의 매력은 근래에 들어 알아가는 중이다. 문자가 이야기하는 세계를 나만의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것, 다채로운 감각을 정적으로 수용하는 영화에 비해서는 피로감이 들기 마련이지만, 충분히 그것을 감당할만큼 흥미로운 놀이임이 분명하다.
일리아스. 호메로스가 지었으며 가장 오래된 그리스 문학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그 유명한 '아킬레스건'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도 비평된 바 있으며 후대 서구의 예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일리아스의 한 장면을 그린 루벤스, 다비드 등 대가들의 그림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가깝게는 2004년 개봉한 영화 '트로이'가 말해주듯 그 서사의 재미는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의 독서 역시 흥미로웠다. 전장을 누비는 영웅들의 무용담, 그들의 인간적인 갈등, 인간들만큼이나 인간적인 신들의 이야기까지.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충분한 재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한가지, 여느 외국 소설이 그렇듯 낯선 이름들이 약간의 피로감을 주었다. 신들과 등장인물과 지명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과정에서 피로감을 피할 수 없었다. 방대한 분량도 거기에 일조했다. 이 때 이 책의 매력이 드러났다. 이 책은 '명화로 보는 일리아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수많은 명화들을 이야기에 곁들였다. 호메로스가 상상한 이야기를 후대 예술가의 눈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이야기의 이해를 높여주고 흥미를 끌어올렸다. 특히 죽음을 표현한 다비드와 루벤스의 작품은 전쟁의 비극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했다. 한편,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토막상식 코너인 '트로이아 상식' 파트도 유용했다. 398페이지에서는 '신들의 트로이아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그리스 vs 트로이아 진영으로 나눠진 신들의 포지션을 정리했는데, 잠시 쉬어가며 이야기를 재정리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나는 히어로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물론 좋아하고 최근에 본 '로건'은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었다. 그리고 히어로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리아스'를 읽는 과정 역시 나에게는 동경과 몰입의 재미를 선사했다. 요즘 유행하는 이야기의 '원형'을 만나본 것 같은 반가움도 들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문득 또 다른 '이야기의 원형'을 만나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