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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혁명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창조형 인재, 어떻게 키울 것인가?
서울대학교 창의성 교육을 위한 교수 모임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8년 3월
평점 :
창의성, 흔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책을 둘러보다 보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키워드가 있다. 선호(작가, 번역가, 출판사), 취향(주제, 소재), 필요, 실용, 유행 등 각자의 이유로 우리는 책을 고른다. 반면 책을 배제하게 되는 키워드도 있다. 나의 경우에도 즉흥적으로 건너뛰게 되는 키워드들이 있는데 '식상함'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나를 식상하게 만드는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오래전부터 나를 식상하게 만들었던 주제가 '창의성'이다. 이 책 '창의혁명'도 그리 큰 기대를 갖고 집어든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관심, 황농문교수님에 대한 관심, 무엇보다도 전공을 넘나드는 다방면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창의성 교육에 대한 융합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고 '기대'보다는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단편적인 생각으로 시대적 주제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흔하게 언급되는 주제를 만나며 '식상함'이 아닌 '중요성'에 무게중심을 둬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창의적 개인, 창의적 교육
창의성. 어찌보면 식상하고 고루한 주제다. 구체적이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비춰지는 면도 크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주요한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구체성'이다. 경제학, 심리학, 교육학, 공학 등 각종 분야를 넘나드는 전문가들이 시대를 반영한 최신의 구체적 연구와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명쾌했으며,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한 창의성의 이해에 어느정도 도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창의성을 이해하고 창의적 인간이 됨으로써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꾸려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읽었고, 결과적으로 목적에 부합하는 배움과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개인적 목적을 위한 독자만을 대상으로 쓰여지지 않았다.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성 교수법이나 제도적 방향성 등도 충분하게 다루고 있다. 이에 '창의교육'을 배우고자 하는 교육자들에게 더욱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성, 몰입의 행복
49 지적 도전을 주는 창의성 교육을 하면 전두연합영역의 도파민 회로를 발달시킨다. 그러면 생각하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전두연합영역의 도파민 작용에 의존한 즐거움을 추구하면 생산적인 즐거움이 되고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쾌감의 양이 최대가 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양이 최대가 되는 것이다. 창의성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의성 교육은 곧 행복 교육인 것이다.
56 엔트로피는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낸다. ... 의식이 산만한 상태는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이고, 고도로 집중된 상태는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다.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집중한다는 것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저절로 흩어지는 연기를 한곳으로 모으는 일과 같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사람이 필요한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정신활동 중 하나다. ... 엔트로피 법칙 때문에 우리는 본질적으로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게을러질 수밖에 없고 해야 할 일을 제때에 하지 못하며 결국 후회하는 삶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삶의 문제의 핵심이다.
누구나 삶의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산만함'이 가장 큰 약점이다. 외부의 자극에 쉽게 흔들리고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 미래의 걱정이나 불안 등에 어느새 주의를 빼앗기고는 한다. 당면한 과제의 달성이 미뤄지고 성과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단순히 성과에만 영향을 미치면 오히려 다행이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에서, 결과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나의 행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무력감과 무능감이 주는 부정적 정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의지마저 떨어트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심리학, 뇌과학, 인문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배움을 통해 다양한 방법론을 시도해왔고 일부 해법들을 발견하고 시도하며 체화으로써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다. 그런 점에서 창의성 교육 필요성을 강조하는 황농문교수의 이야기는 새로운 영감을 전해주었다. 창의성은 과업의 성과를 극대화함으로써 행복에 이를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행복과 이어져 있었다. 훌륭한 과업의 포상이라는 '결과'가 아닌, 창의성을 발휘하여 문제에 몰입하는 사고의 유희를 즐기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었다. 이러한 즐거움이 늘어갈수록 나의 산만함이라는 엔트로피는 조금씩 가라앉아나갈 것이다.
글쓰기, 고차원의 사고로
121 글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생각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다. 글을 써야 생각의 한계가 드러나게 되고,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윌리엄 진서는 글쓰기를 '종이 위에서 생각하는 행위'로, 심리학자 피아제는 "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다"고 각각 표현하였다.
123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조인이었던 베이컨이 일찍이 간파하였듯, "독서는 해박한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그리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달라지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삶의 중심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머릿속에서 나를 휘두르던 미지의 생각, 감정들은 극복하기는 커녕 알아차리기도 힘든 '무엇'이었다. '실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여백에 쏟아내는 순간 그들은 실체가 되었다. 알아차리고, 포착하고, 다룰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당장이 아니라도 극복할 수 있는 실체가 되었다. 이로써 삶의 중심에 한결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번 독서는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동기를 획득하게 만들었다. 바로 '고차적 사고의 촉진'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서 사고의 성장을 얻기 위한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수업속에서 동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 기술들을 제시한다. 개인적 성장을 넘어 함께 성장하기 위한 글쓰기의 확장을 경험하고 싶다는 의욕을 갖게 만들었다.
창의적 일상을 위하여
이 밖에도 마인드맵, 만다라트, 스캠퍼, 트리즈등의 구체적 기술과 창의적 사고에 대한 배경지식들은 '풍성한 생각'과 '생각하는 재미'를 얻고 싶다는 의욕을 고취시켰다. '창의적 사고', 즐거우면서도 능률적인 사고의 과정속에서 더욱 행복한 일상을 조각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