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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 한 편으로 그해의 문학상과 올해의 책을 석권하며 전 세계 34개국을 사로잡은 작가 트렌트 돌턴의 데뷔작으로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
이 책을 너무 읽고 싶었던 이유는 책 뒤표지에 적힌 이 한 줄의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 삶 속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 12살 소년 엘리의 성장을 담은 소설이지만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 그런지 읽다가도 마치 그 줄거리에 빠져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듯한 느낌으로 몰입도가 아주 높았다.
엘리 벨-어른의 마음을 가진 12살 소년.범죄 기사를 쓰는 기자를 꿈꾼다.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
아닌 나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는지를 궁금해한다.
오거스트 벨-엘리의 형. 6살에 아빠와 캠핑을 가던중 댐에 부딪히는 사고 이후로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오른손 검지로 허공에 암호같은 메시지를 끄적이는데 엘리만이 읽는다.
아서 슬림 할리데이-악명 높은 탈옥수인 70대 노인. 엘리에겐 그저 베이비시터일뿐이다.
엘리에게 운전과 낚시,교도소에서 터득한 지혜를 알려주고
토요일 아침이면 엘리와 함께 교도소에 부칠 편지를 쓴다.
프랜시스 벨-엘리의 엄마.변호사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바람과 달리 마약에 빠져
인생이 꼬였다.엘리와 오거스트가 특별한 아이들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로버트 벨-엘리의 아빠. 종일 술을 마시며 책만 읽는다.캠핑사고로 가족을 떠나 혼자 산다.
라일-엘리의 새아빠.'휴먼 터치'의 정비사로 일하며 부업으로 마약거래를 한다.
프랜시스를 마약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자 마약에서 빠져나오게 한 구원자다.
알렉스 버뮤데스- 폭주족 갱단 레벨스의 퀸즐랜드주 규율 부장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엘리가
보내는 바깥세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읽는 게 삶의 낙이다.
타이터스 브로즈-의수족,의료 보조기 판매센터 겸 제조회사 '휴먼 터치'의 대표.
실은 퀸거스즐랜드주 동남부에서 제일 큰 헤로인 밀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케이틀린 스파이스-범죄부 기자.오거스트가 허공에 끄적이던 단어의 주인공으로 베일에 싸였다.
p11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 저거 봤어요, 슬림 할아버지?"
"뭘?"
"아무것도 아니예요."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틀림없어. 너의. 마지막은 . 틀림없어. 죽은. 솔새.
이 소설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고 이 소설의 끝에서 암호 같은 저 글의 해답을 찾을 수있다.
p 127 "거기서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었거든. 나는 시간이랑 너무 친해져서 속도를 높였다가 늦췄다가 마구 조작했지.시간이 빨리 갔으면 싶은 날에는 뇌를 속여야 해.엄청 바쁘게 움직이면서,원하는 성과를 다 내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거지.
p128 "둘다 명심해.너희는 자유의 몸이지.지금은 햇볕 드는 좋은 때니까,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 그 시간을 영원히 지속시킬수 있어."
슬림 할아버지의 감방 생활의 지혜.시간에 당하기 전에 시간을 해치워버릴 것.
p156 "희생이지. 바로 떼어낼수 없는 것에는 절대 애착을 가지면 안 돼." (타이터스의 말)
p225 "시험을 해봐야겠어요.내 본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는 순간이 필요해요.아무 고민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훌륭한 일을 한다면,그냥 좋은 일을 하는 게 내 본성이라 그렇게 한다면,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거 같아요."(엘리의 말)
p244 디퍼런트 스트로크스의 주제곡으로 이해와 포용과 차이에 관한 노래다.어떤 이는 다른사람보다 더 적게 갖고 태어나고, 어떤 이는 더 많이 갖고 태어나는 세상.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노래다.
p280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고,어디 있었는지 말해주는 이런 냄새들. 세상은 이런 식으로도 우리에게 답을 해준단다."(슬림할아버지의 말)
p315 "그 아이는 자기 안에 온 세상을 담고 있었어." "우주를 삼킨 소년이지." (형의 말)
p373 나는 내 두려움을 이용해 시간을 빨리 움직인다.무서우면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은 시간을 조작한다.
p351 "그날 병원에서 네가 좋은 사람,나쁜 사람에 대해 물었지,엘리.나도 그 생각을 해봤다.아주 많이.그저 선택의 문제라고,그 때 말해줬어야 하는데. 네 과거도,엄마도,아빠도, 네 출신도 상관없어.그저 선택일 뿐이야.좋은 사람,나쁜 사람이 되는건 말이다.그게 다야."(슬림 할아버지의 말)
p389 "다 같이 안자" (엄마의 말)
p391 "지금만 잘 버티면 돼요.그냥 시간일뿐이에요 .엄마는 시간보다 강해요."(엘리의 말)
p412 "마음을 교육하지 않고 머리만 교육하는건 진정한 교육이라 할수 없죠."(아빠의 말-아리스토텔레스 인용)
p495 인간의 정신은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든 납득시킨다.트라우마는 여러 가면을 쓴다.(엘리의 글)
p519 원래 용서를 잘하는 나는 아빠를 더 꼭 껴안아준다.나보다 자기에게 내 심장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혹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무딘 칼로 내 심장을 도려내는 사람까지도 나는 용서해줄지 모른다.이런 포옹의 순간에는 놀랍게도 아빠를 안아주는게 좋은 일처럼 느껴진다.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아빠를 안아준다. 형같은 좋은 사람.
p571 "네 몫으로 정해진 건 네 손에 들어오게 되어 있어." (형의 말) "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았다.엘리의 방식 '포옹'
베이비시터인 슬림할아버지는 엘리에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때론 철학적으로,때론 현실적으로, 때론 추상적으로 풀어주며 삶의 지혜와 해답을 주며, 엘리의 힘든 상황에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수 있도록 이끌어준다.엘리는 희대의 살인자인 탈옥수 슬림할아버지가 아닌 오로지 슬림할아버지 존재 자체만으로 받아들인다.보통의 아이같으면 살인자라는 타이틀만으로 무서워 가까이 하지 않을테지만 엘리는 너무나 착하고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로 진정으로 사랑한 베이비시터일뿐이다. 특히 시간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엘리는 슬림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시간의 가르침으로 아이로써 겪기 힘든 그 시간들을 보낼수 있었고,시간과 공간,용서와 사랑으로, 소년이지만 어른의 마음을 가진 아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담대하고 용감하게 헤쳐나갈수 있는 엘리를 형은 알았던 것이다. 그런 동생을 이렇게 표현한거 같다.우주를 삼킨 소년이라고.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순간의 시간을 지배하는지,나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엘리처럼 포옹으로 용서하며 사랑할수 있는지....내면의 나를 조용히 깨워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