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형의 극심한 수면병 /불면병에 걸렸으나 살아남은 환자들 가운데는 발병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의식이 있고 깨어 있지만,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따라서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기력이나 탄력, 자발성, 동기, 식욕, 정서, 욕망, 그 어느 하나 없는 채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지냈다. 그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흥미 없이 완전히 무관심한 상태로 기록했다. 폰 에코노모는 살아 있는 기분을 표현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유령처럼 비현실적이고 좀비처럼 수동적인 그들을 사화산에 비유했다. 그런 환자들은 신경학적 용어로 ‘소극적‘인 행동장애를 보이는, 즉 아무 행동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존재론적으로는 죽은, 중지된 혹은 ‘잠든‘ 상태로 50년 뒤에 찾아올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덧없이 짧을 뿐인) 깨어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소극적인 상태, 말하자면 병리적 증상의 ‘없음‘이 파킨슨병에서 더 다양하고 심각하게 나타난다면 수면병이 유발하는 무수한 ‘적극적인 장애, 즉병리적 증상의 ‘있음‘은 더더욱 다양하고 심각했다. 폰 에코노모는 방대한 규모의 연구에 이처럼 뚜렷이 구분되는 다양한 증상을 500여 가지나 수록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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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의 악마를 만난 게 아닐까요?"
"교차로의 악마요?"
"교차로에 나타나는 악마가 인간의 능력을 키워 주는 대신 영혼을 가져간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쥐방울인가 하는 그 인간은 그저 그런 변태와는 다른 것 같다고 하셔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위험하진 않을까요?"
미리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을 박도진 선생에게 물었다.
확신이 없었다. 쥐방울이 그 흔한 주머니칼 하나 안 들고 다닌다는 보장도 없었다.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눈앞에 나타난 쥐방울이 우리를 향해 달려든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었다.
"위험해서 하려는 거 아닙니까?"
박도진이 물었다.
미리는 이번에도 할 말을 잃었다.
이 인간은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알아.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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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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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가 없어졌거든요."
"쓸모요?"
"남자는 어느 순간 쓸모 없어질 때가 있어요. 손잡이 떨어진 냄비나 유행이 한참 지난 블라우스처럼. 그럴 때는 처리를 해야죠. 가지고 있어 봐야 짐만 되니까." - P18

"아무쪼록 안 잡히는 데 신경을 쓰셔야겠습니다."
"그거로 끝이에요? 신고는 안 하시나요?"
"제 의무는 환자분의 치료에 있죠. 남편을 죽여서 우울증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적극 권해 드리고 싶군요."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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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아이돌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단서들을 뿌려 놓되, 쉽게 답을 주지 않는 미스터리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개별 요소들도서로 연결시키고, 요소 간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의미를 탐색하는 건 생존을 위해 우리 뇌가 수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입니다. 하물며 사랑하는 대상에 관한 단서라면 어떨까요.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돌을 둘러싸고 불친절하게 던져진 단서를 해석하기 위해 그 음악을 비롯한 파생 콘텐츠를 열심히 반복 체험합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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