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철승은 자기가 지옥을 만들어 죄인을 심판하겠다고 건방을 떨고 있지만 그놈이 하루라도 지옥을 살아 봤을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결국 죽어서도 천국에서만 살 놈이. 헬도천 지옥 출신인 우리는 알잖아. 지옥은 우리 구역이야. 우리, 꼭 이기자."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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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옥 서버가 멍청해 보여. 악인이 영생을 부여받을때 진짜 지옥에 살게 되는 건 어느 쪽일까?"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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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생은 게임이라던데, 뭔 놈의 게임이 스킬 레벨도, 경험치도 안 보여준다.
생고생하면서 전쟁 같은 미션을 하루하루 클리어해도보상 아이템은커녕 쓸 만한 무기 하나 안 쥐여주고. 퀘스트는 매일매일 주어지는데 유용하게 쓸 치트키 하나 없고.
끝도 없는 시험공부를 할 때나 매일 사리를 만들어가며출근할 때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
‘만렙‘이 100이라면 지금 나는 한 30레벨쯤 이룬 걸까.
아니 더 낮으려나. 레벨 업 하려면 경험치를 얼마나 더 쌓아야 하는 걸까. - P75

어? 그런데 잠깐만. 이 게임, 세이브나 리셋 기능도 없잖아.
뭐 이런 허술한 게임이 다 있어. 개발자 나와! - P76

신이시여,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전지전능하소서! - P97

많은 심리학자들은 그럴땐 상대방의 주위를 맴돌기만 해도 된다고 조언한다. 심리학용어로 ‘단순 노출 효과 Mere Exposure effect‘라나, 뭐라나.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자주 볼수록 호감을 갖게 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달이 45억 년이나 지구 주변을 빙빙 돌다보니 지구인들이 신처럼 떠받들기도 하고, 기다란 망원경을 만들어 구석구석 들여다보기도 하지 않는가. 무리하지 않고 주변을 맴도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거면 충분하다. - P119

이탈리아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던 시절,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늘 옷을말쑥하게 입고 다니던 그 교수님은 "성공을 목표로 한 단계나아가려면 학위를 취득하세요. 두 단계 나아가려면 실전경험을 쌓으세요. 그리고 세 단계 나아가려면 예절을 갖추세요"라고 조언해주셨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예절을 지켜야 일도 지킬 수 있다고.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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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우리 도지석 투자자님은 종교가 있나요?"
"없는데요."
"전 언제나 종교를 믿으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런데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겁니다. 우리가 혹시 돌덩이 위에 있는 버림받은 존재들은 아닐까 하고요. 신도 없고, 질서도 없으면 인간이 뭘 의지해서 살아야 할까요. 의미도 모르고 비참하게 살다 사라지는 게 너무 무서워서 만든 겁니다, 지옥 서버는 우주에 의지가 없다면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야하지 않겠어요?" - P75

"지옥을 만들기 전에 여러 자료를 뒤졌죠.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의 모든 종교와 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을요. 하지만 거기 나오는 고문들은 일단 효율성이 없어요. 시도때도 없이 타오르는 불구덩이에 사람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해 봐요. 극한의 고통만 지속되면 제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3시간도 못 버티고 정신을 놓을 겁니다. 기껏 보존한 흉악범의 자아 뉴런이 고스란히 망가진다니까요. 자기가 저지른 범죄는커녕 본인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죠. 이래서는 속죄고 처벌이고 아무 의미가 없게 돼요."
"그래서......."
지석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바늘이요." - P109

"바늘이요?"
"네. 수만 번 연구한 끝에 고안한 방법이에요. 사람 몸의 평균 표면적은 약 1만 7,000제곱센티미터거든요. 그것을 가로세로 1센티미터의 정사각형 구획으로 나누면 1만7,000개의 구획이 나오겠죠. 지옥 서버에서는 5분에 한 번씩이 구획 중에서 무작위로 하나를 정해 7센티미터 길이의두꺼운 대바늘로 몸을 관통합니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예측은 무의미하죠. 평균 5분에 한 번이라는 거지 정확한 시간도 알 수 없습니다." - P109

"바늘은 뼈가 있는 부위든 내장이 있는 부위든 반드시 7센티미터 깊이만큼 다 들어갑니다. 저희가 고안한 통증은 그런 거예요. 당하는 입장에서는 통증만큼이나 공포 때문에 미치는 거죠. 언제 어디로 바늘이 다가올지 모른다는 공포. 그리고 하루에 한 번은 1만 7,000개의 구획 전부로 바늘이 동시에 관통합니다. 이건 저도 상상이 안 되는 고통이에요. 다만 가장 큰 비명이 그때 나오더군요. 재미있죠? 이걸 당하는 범죄자가 있는 방의 사방, 그리고 위아래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죄 영상이 24시간 흘러나오고요. 법정 기록을 토대로 최대한 똑같이 재현한 영상입니다. 자신이 왜 이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절대 잊지 말라는 의미죠. 눈을 감아도 소용없어요. 죄인의 눈꺼풀은 투명 상태로 변화시켰거든요. 불안에 떨며 언제 다가올지 모를 고통만을 무작정 기다리는 겁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영상에 포위당한 채로요. 물론 죄인이 완전히 미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고안했어요.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에는 휴식을 줍니다. 어떤 고통도 없는 날이에요. 그날만큼은 범죄 영상이 아니라 어린 시절과 사랑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재생되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래야 고통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 P110

"천국에 사는 놈들이 지옥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징그러워서." - P121

젊은 나이에 벌써 부와 명예를 거머쥔 백철승을 누구보다 동경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그는 자신들이 가진 힘에 어울리지 않는 천진난만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고, 그 부분이 지석을 메스껍게 만들었다. 누구보다 안전한 자리에 앉아서는 누구보다 잔인한 상상을 즐기며 자신에게 세상을 심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 - P122

물론 지석도 악인을 향한 심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것이 백철승을 통해, 특정 개인이나 기업을 통해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었다. 이제야 지옥 서버를 응원하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불쾌감의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역겨움을 예민하게포착해 내는 지석 특유의 반골 기질이 이번에도 재빠르게반응한 것이다. 지석의 팔자를 사납게 만들고 그의 이마에 가난의 인장을 박아 넣은 도대체가 한심한 기질. 이것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주류 사회로의 편입을 막았다. 하지만 지석은 자신의 천성이 싫지 않았다. 아니,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것들 가운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 P122

토막 뉴스를 보며 지석은 지옥 서버를 지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을 깨달았다. 분노. 닫힌 솥에 차오른 증기처럼 조용히 힘을 모으고 있던 사회 곳곳에 놓여 있던 분노.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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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 산업을 지탱하는 기둥이 죽음에 대한 공포라면, 그 산업의 실체를 키우는 가지는 가족들의 부채의식이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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