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좋아질 때, 나는 나의 안 좋은 상태를 털어놓고 싶어진다. 누군가에게 나의 안 좋은 상태를 털어놓고 싶어질 때, 나는 내가 그 누군가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알게 된다. - P64
오늘 밤은 배는 차고 등은 뜨겁고 이마며 콧잔등에 땀이 고여서 그런가 왠지 눈에도 물기가 고일것 같은 밤. 내일 해야 할 일만 생각하는 단순한 마음, 텅 빈 머릿속으로 깊은 잠에 들고 싶은데 몸 여기저기가 붓고 쑤시고 왜인지 그런 상태로 누운 내가 너무 측은하고 가여워서 아무에게나 나 아파요, 정말로 아파요...... 하고 참았던 눈물을 펑 터뜨리고 싶은 밤. 아무에게가 실은 아무에게는 아니지만. - P64
콕 집어 그 사람에게 해도 후회하겠지만. 후회할 걸 알아서 이젠 그러지 않겠지만. 그 아무에게 별로 서럽지도 않을 일들을 그러모아 나 진짜 서러워, 하고 말하고 그가 나를 안아주길 바라지만그런 걸 상상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기도 하는 밤..…………. 뭉게뭉게 끊이지도 않을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하고 싶은 뭔가가 있네, 어쩌면 당연한 욕망을 발견하고 약간은 시시하고 약간은 부풀어서 기우뚱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잠드는 밤. - P65
일탈을 벌이기 전에는 그것이 뭘 가져오는지 모른다. 일탈을 벌여봐야 일상이 소중했음을 깨닫게 되듯이. - P72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으로든 되겠지. 진부하지만, 그런 건 벌여보기 전에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고 미리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 P73
일상이 두 겹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책을 읽으면 나를 벗어나게 되는데 그럴 때가 좋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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