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승부에 임하는 자세, 혹은 고수의 경지를 표현하는말로 ‘반전무인(前無人)‘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둑판 앞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오직 바둑돌이 놓인 형세만 보고 바둑을 두라는 조언이기도 하고, 그렇게 바둑을 두는 자세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바둑판 앞에 있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바둑돌이 놓인 형세만 보고 바둑을 두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 P87
어느 분야에서나 뛰어난 인재를 놓고 천재형이냐, 노력형이냐 따질 수 있겠지만 유독 바둑계에서는 그런 질문을 많이 하고, 기사들을 천재형과 노력형으로 분류하기를 좋아한다. 젊은 기사가 정상급에 올라서면 인터뷰에서 꼭 ‘천재형이냐, 노력형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젊은 세계 챔피언이 뭐라고 대답하건 사람들은 모두 그를 천재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이 질문은 실제로 그가 천재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성격이 어떤지를 묻는 것이다. 이창호 9단은 이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으나 자신을 천재라고 답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천재라기보다는 노력형"이라고 답하고, 그마저도 "그저 조금 노력하는 기사"라고 자신을 낮췄다. 반면 이세돌 9단은 "바둑 쪽으로는 약간 천재형에 가깝긴 하다"라고 대답했다. 커제 9단은 "그렇게 노력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신진서 9단은 "재능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 - P90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인간의 감성을 코끼리에, 이성을 기수에 비유한다. 이성은 자신이 감성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위에 올라타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하이트는 이성을 감성의 노예라기보다는 변호사라고 설명한다. 감성이 어떤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결정하고 나면 이성은 그런 결정의 근거가 될 적절한 논리를 찾는다. - P102
하우절은 같은 책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인센티브는 뿌리칠 수 있지만 문화적, 집단적 인센티브는 더 뿌리치기 힘들다"라고도 적었다. 예술가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에는 경제적 보상도 있지만, 그들은 뭔가 고상한 것, 의미 있는 것, 자신만이 만들 수있는 것을 만들어 낸다고 인정받는 것에도 강하게 끌린다. 새로운 기술이 그 인정 욕구를 위협할 때 예술가들은 예술을 재정의해야한다는 강렬한 충동에 휩싸인다(‘저런 건 예술이 아니야!). 그리고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지적했듯이, 인간의 감정은 코끼리이며 이성은 자기가 그 코끼리를 조종하고 있다고 믿는 기수에 불과하다. 코끼리가 방향을 정하고 기수는 그 방향을 합리화한다(‘저런 건 이러저러한 이유로 예술이 아니야!‘).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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