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다음날, 엄마가 내 옆에 와서 앉더니 로라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로라네 가족이 탄 팬암 항공기가 스코틀랜드의 로커비 상공에서 리비아인들에게 폭탄테러를 당했다. 할머니부터 갓난아기인 남동생까지 로라의 일가족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그때 나는 8살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말없이 지냈다. 머릿속이 솜뭉치로 가득 찬것만 같았다. 졸리고, 멍하고, 정신이 아득했다. 결국 보다 못한 아버지는 내게 런던 타임스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네 친구를 빼앗아간 세력의 정체를 너도 알아둬야 해. 그럼 지금보다덜 무서울 거다." 그러자 카드보드 유령의 집에 있던 얼굴 없는 괴물이 떠올랐고, 나는 아버지의 말이 옳다는 걸 직감했다. - P33

그렇게 서서히 내 세계는 새로운 캐릭터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카다피와 대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이국적인 동화속의 등장인물들, 머나먼 마법 숲에 사는 마녀와 마법사, 나무꾼 같은 이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현실 세계로, 나의 세계로 흘러나와 내 친구를 하늘에서 잡아채갔다. 그러니 신경 써서 지켜봐야 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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