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홍치마 위에 장삼을 걸치고 머리엔 흰 고깔을 쓴 신애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애 옆에서 금빛 모두리를 입은 두 명의 무당과 판수, 삼현과 육각의 갖가지 악기를 든 악사들이 굿을 돕고 있다.
굿판은 일정한 기승전결에 따라 움직이는 법이다. 막이 걷히면 긴 장정이 시작되고, 하나의 장이 끝나면 곧 다 음장이 이어진다. 지금 마당에선 불사거리가 한창이다. 신애기는 부채와 방울을 든 채 공수를 받고 있고 황보와 그의 가족은 그 앞에 꿇어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비나이다 비나이다. -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