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뜬금없이 물메기탕 맛있게 끓이는 요리 강좌가 펼쳐지고, 요즘은 김장용 배추가 해남산이 좋냐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좋냐 비교검토한다. 어떤 이는 자신의 친정동네 고추를 자랑하다가 공동구매까지 한다. 지켜보면 공동구매 목록도 다양하다. 남해의 젓갈, 또 어디의 건미역, 김, 곶감, 고사리, 칡즙 이외에도 그때그때 종류도 다양하다. 주로 타지에서 인연 따라 부산으로 온 사람이 자신의친정 동네나 잘 아는 사람의 농장을 연결하는 구조다. 또누군가 몸의 어디가 아프다 하면 치료 방법과 효과 있는병원과 여러 대처할 의견이 줄줄이 이어지고, 근육통이 있거나 허리가 아프다면 사우나의 뜨거운 옥돌벽에 수건을 감고 기대는 게 병원의 물리치료보다 낫다며 권한다. - P141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앞 가까운 곳에 우물이 있었다. 우물 주변에는 큰 돌을 편평하게 놓고 그 돌을 파내어 돌학이라는 걸 만들어두었는데, 우리는 이걸 호박샘이라 불렀다. 호박샘은 요새로 치자면 믹서기 역할을 했는데, 뭔가를 으깰 때나 아니면 작은 절구 용도로 사용했다. 그옆에는 맷돌이 있었는데, 이 세 가지는 우리집에 있는 것이지만 동네 사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 당시는 우물물을 길어다 식수나 물이 필요한 모든 용처에 사용했기 때문에 동네에서 우리집은 우물집이라 불렸고, 동네 사람 누구라도 우물을 길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어른들은 ‘물왕대복‘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지금도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물 인심이 좋아야 큰 복을받는다 정도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런 일에도 법도가 있으므로 해 지고 난 뒤에는 우물물을 길러 오지 않았고, 아침에 아버지가 나가시면서 대문을 활짝 열어두어야만 우물물을 길러 올 수 있었다. 그러니 대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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