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홍대까지의 길은 어찌나 멀었는지, 한번 나가려면 큰 결심을 해야 했다. 주차장길에 노브레인 멤버들이 늘 서성이고 있었다. - P16

안온하고 좁은 세계에서 성장은 유예되고 만다. - P30

여하튼 사랑할 수 없는 가족들을 사랑할 필요 없다는 새로운 지침은 수미에게 꽤 충격이었던 것 같다. 어떤 해방감을 느낀 수미는 해방된 모든 사랑을 다 민웅이에게 쏟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울 만도 했을 텐데, 민웅이는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랬을 것이, 그 무렵엔 누구나 민웅이를 사랑했다. 민웅이는 아무 방어도하지 않고누구에게나 곁을 쉽게 주었고, 그래서 그 곁은 360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모두의 골든 보이였다. 나나 송이조차도 가끔 민웅이랑 같이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걸 좀 과시하고싶어질 때가 있었다. 때 탄 초록 줄 버스가 파주 왕자의 마차였다. - P31

"하지만 왠지 책꽂이가 하나 있는 집에서 자란 사람의 머릿속은 건강할 거 같아."
주연이가 말도 안 되는 부러움을 표했을 때 처음에는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했고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주연이나 나나 머릿속 건강은 무리한 바람이 되어버렸다. 주연이는 책꽂이 사이에서 태어났고 책꽂이 사이에서 죽을 것이다. 벗어나기는 애초에 불가능했고 출판사에 취직한 후로는 더더욱 물 건너갔다. 증식하는 책들을 보면 월급 대신 책을 받는 게 분명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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