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는 빛났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십 년 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계속 몰아붙인 사람만이 지니는 빛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어른들만 있으니까 안색을 살펴야 했고, 강제로 연예계에 들어왔을 뿐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시기도 있었는데, 열여덟 살 때였나, 아이돌로서 무대에 처음 섰을 때 은색 테이프가 이렇게 터지는 거예요. 공연장은 환성으로 가득한데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지더니,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한 건 하고야 말겠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언젠가 이렇게 말한 그 순간부터 최애는 분명 스스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 P67
최애는 반짝반짝 빛나면서 동시에 인간적인 면도 있다. 단정 짓는 말투여서 오해를 사는 일이 많은 것. 분위기를 맞추느라 입술을 올리고 있을 때가 많지만 정말로 기쁠 때는 얼굴 안쪽에서부터 억누르지 못하고 웃는 것. 토크쇼에서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 예능 방송에서 말하는 건 어색한지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것. 한번은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페트병의 뚜껑을 안 열고 물을 마시려고 한 뒤로 허당 캐릭터에 조금씩 재미를 붙인 것. 셀카는 절망적인 각도에서 찍으면서(얼굴이 잘생겨서 그래도 괜찮지만) 사물은 잘 찍는 것. 최애의 전부가 사랑스러웠다. 최애라면 모든 걸 바치고 싶다. 모든 걸 바치겠다니, 유치한 연애 드라마 대사 같지만 나는 어디엔가 최애가 존재하고 그 최애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이를테면 가쓰 씨나 사치요 씨가 하는 ‘현실에 있는남자를 봐야지‘ 같은 말은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 - P67
휴대폰이나 텔레비전 화면에는 혹은 무대와 객석에는그 간격만큼의 다정함이 있다. 상대와 대화하느라 거리가가까워지지도 않고 내가 뭔가 저질러서 관계가 무너지지도 않는, 일정한 간격이 있는 곳에서 누군가의 존재를 끝없이 느끼는 것이 평온함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최애를 응원할 때, 나라는 모든 것을 걸고서 빠져들 때, 일방적이라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충족된다. - P69
문득 나는 이 괴로움을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서히, 일부러 육체를 몰아붙여 깎아내려고 기를 쓰는 자신, 괴로움을 추구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체력과 돈과 시간, 내가 지닌 것을 잘라버리며 무언가에 파고든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정화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괴로움과 맞바꿔 나 자신을 무언가에 계속 쏟아붓다 보니 거기에 내 존재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됐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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