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나서 비로소 서로를 너그럽게 배려하는 게 두 사람의 운명이었나 보지."
백마 탄 왕자님을 마음속에 그리던 그 시절, 붉은 실의 전설에대해서도 꿈을 꿨던가.
붉은 실이 진작부터 한 쌍의 남녀를 이어주고 있다잖아. 나는 어떤 남자와 붉은 실로 이어져 있으며, 언제쯤 그 상대를 끌어당길 수 있을까? 리이치로와 결혼했을 때는 이 사람의 새끼손가락에 나의 실이 연결되어 있었다고 믿었다. 이혼신고서를 주고받았을 때도, 헤어진 후 그의 주변에 여자들이 맴돌았을 때도, 최근의 예를 들면 가스미가 나타났을 때도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실은끊어진 게 아니라 여전히 손가락과 손가락을 잇고 있다고 생각했으니 신기한 노릇이다.
그것은 사실 함께 살기 위한 실이 아니라, 멀리서 서로를 지켜보기 위한 실이었을 텐데. 결국 붉은 색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너그러움의 실은 어떤 색일까? 나와 리이치로는 그런 실로 평생 이어지는 걸까? -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