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모든 게 그냥 낭비 같다. 가상현실이 없으면 버티지 못하는 건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꼭 물리적 공간을 이렇게 공들여 모방할 필요가 있을까? - P14

예를 들어 아르카디아에서 장거리를 움직이려면 전차나 지하철을 타야 한다. 두 점 사이의 거리가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있는 척하며 게임 규칙을 따라야 한다. 코발렙스카야처럼 가상현실에 에너지의 10% 미만만 쓰는 정상적인 소행성에는 이따위 낭비가 없다.
여기엔 현실적인 물리적 공간과 물리법칙의 강요가 죽어가는 거주자들의 정신적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는 핑계가 있다. 광장을 둘러싼 블록 스물네 개를 차지하는 시티 지역의 번잡함과 소음, 가끔 도시를 휩쓰는 폭우와 폭설, 이미 사라졌거나 처음부터 존재한 적 없는 브랜드의 호사스러운 광고물, 꾸준히 고정된 하늘길을 지나가는 비행기와 비행선도 마찬가지 이유로 존재한다. 하지만 왜 다른 양로원에서는 이를 채택하지 않는 걸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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