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고대 영웅이에요. 아주 옛날 옛적 이야기에요. 디아스포라가 일어나기 3000년 전 이야기죠."
"흠. 그런데 전 세계를 항해했다고요?"
"맞아요.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
"멍청한 질문이네요. 당연히 같은 배죠."
"좋아요. 만약 배가 폭풍을 만나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완전히 새로운 배를 지어야 하면요? 그래도 여전히 같은 배인가요?"
"아니요. 그건 완전히 다른 경우죠. 배 전체를 다시 지었다면 테세우스 2호가 되겠죠. 후속작인 셈이니까."
젬마는 팔꿈치를 식탁에 올리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래요? 왜죠? 모든 부품을 하나씩 하나씩 다 뜯어고쳤을 때와 한번에 배 전체를 다시 지었을 때가 어째서 다른가요?"
나는 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 P132
"이 임무를 맡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에요. 당신이바로 테세우스의 배라고요. 사실 우리 모두 그렇죠. 지금 내몸을 이루는 세포 중에서 10년 전에도 존재했거나 몸의 일부였던 세포는 없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 지어져요. 한 번에 한 부분씩 수리되는 셈이죠. 당신이 이임무를 맡게 된다면 당신은 한꺼번에 새로 지어지는 셈이에요. 하지만 결국 똑같지 않나요? 익스펜더블이 재생 탱크에서 나오는 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천천히 진행될 일을 한번에 처리하는 셈이에요.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진짜 죽은 게아니에요. 비정상적으로 빠른 리모델링을 할 뿐이죠." - P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