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중앙에 위치한 식당은 학생 모두를 수용하기에 너무 작았다. 학생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시간에 식사를 했는데, 사실 절반을 수용하기에도 충분한 크기는 아니었다. 빈자리에 식판을 내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맞은편에 에밀리 라슨이 앉았다. 셰인빌고등학교 10학년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다. 너드(nerd), 긱(geek), 드윕(dweeb), 도크(dork) 사이에 확실하고 선명한 작(jock)이었다. - P94

"오바마는 하와이에서 태어났어. 기독교인이고, 설령 네 말이 사실이라도, 무슬림을 모두 이 나라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말은 아니겠지?"
"물론 아니지. 하지만 필요하다면 걸러낼 필요는 있어."
"나치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
"와, 비약이 심하네."
"너 대체 뭘 신봉하는 거야. 소속을 확실히 해. 알트라이트(alt-lite)? 네오파시즘? 인셀? 집에서 <에잇챈(8chan)>이랑 <스톰프런트(Stormfront)> 게시판만 들여다보는 거 아냐?"
"트럼프 지지자가 모두 대안 우파는 아니야"
후버 선생님은 둘에게 자중하라는 듯 헛기침을 했다. 레이철은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 넌 아이시스(ISIS)가 오바마와 힐러리 때문에 결성됐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주장하던걸 여성의 성기를 잡았다며 자랑하고 장애인 기자 흉내를 냈던 그 인간말이야. 이라크에서 전사한 무슬림게 군인의 부모까지 조롱하던 그 후보"
"그 후보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주겠지. 그 사람들 돈으로. 위험한 사람들이 입국하지 못하게 막아줄 거야. 그중에는 아이시스도 포함될 테고. 좌파들이 왜 지는 줄 알아? 가난한 사람들이 어째서 보수정당에 투표하는지 모르거든." - P103

"한 인종이 다른 인종을 멸시하고 억압하면서 지배 계층이라는 우월감을 느끼는 거야. 정작 본인이 계급의 아래에 놓여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면서 말이야. 가난한 백인 노동자가 흑인을 멸시하는 모습을 상상해봐. 그런데 한때는 이 나라에서 백인도 차별받았다는 거 아니? 하얀 흑인으로 불리던 아일랜드계 이민자가 있었지. 비숙련 노동자였고 가톨릭 신자였던 사람들. 그보다 더 오래전에는 슬라브계 사람들이 노예였고, 노예(slave)라는 단어의 어원이 슬라브(slav)지. 그러니까 이건 흑인과백인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야. 모든 인종이 이 구조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 명예 백인으로 불리는 아시아인을 봐. 성공한 소수민족 신화 덕에 이 계급사회에 저항하지 않고 섞여들었잖아. 백인이 던져준 먹잇감이지. 백인이 아시아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있을 때 옆에서는 굶주린 흑인이 으르렁거리는 거야. 자기들이 체스판 위에 있다는 걸 아무도 몰라. 이 시스템은 열등한 타자를 등장시켜 차별을 합리화하고 있는데, 서로를 공격하느라 진짜 적이누군지 생각하지 않아. 분리 정복 전략의 효과를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지. 효과가 있다니까. 언제나."
해먼 선생님은 흥분한 것 같았다. 나는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린 뒤 말했다.
"죄송해요. 방금 하신 말씀은 못 알아듣겠어요."
"모르는 단어가 있었어?" - P1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