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 주무관, 그거 할 수 있어? 확인하고 얘기한 거야?"
"나중에 안 되면 국장님한테 어떻게 보고할 거야!"
"예산은 있어? 예산 부서에 직접 가서 설명할 거야?"
"계획만 세워놓고 발령 나는 거 아냐?"
"싸질러 놓고 가면 다음 담당자는 뭐가 돼?"
"하고 있는 거나 잘하지, 왜 일을 만들어?" - P35

‘미리 보고하지 않았고, 검증되지 않았고, 확인받지 않은‘ 새로운 사업이나 아이디어는 공무원 조직에서는 위험한 것이다.
예전부터 공무원 조직의 회의는 이미 보고되고 검증되고 확인받은 것들을 다시 재확인하는 자리다. 그렇지 않은 의견은 회의를 주재하는 가장 높은 분의 몫으로 남겨진다. 실무자의 역할은 그걸 받아 적어 회의 결과보고서에 잘 정리하는 것이다. - P36

밥 먹다가, 씻다가, 자다가, 영화관에서도 내 전화기의 ‘응소‘(소집에 따른다는 의미) 알림 문자는 어김없이 울린다. 가족과 설레는 여행을 떠나는 중이든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든 중요치 않다. 그냥 시간 내 ‘응소‘해야 한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예보만 떠도 경우에 따라 근무조 순번대로 전 부서가 최소 인원으로 비상근무를 서야 한다. 밤을 꼬박 새우며 대기하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 P47

공무원 조직에서 정기인사가 나면 가장 먼저 정비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비상근무표‘다. 각 부서는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직급에 따른 연락 순서와 유선과 무선 연락처가 빼곡하게 적힌 ‘비상근무조‘를 부서원의 변경이 생길 때마다 바꿔야 한다. 그리고 사무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딱 붙여놓는다. 1조, 2조, 3조……. 평상시에는 내가 몇 조인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비상근무 상황이 되면 조별 소속감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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