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후는 영주를 똑바로 응시했다. 상처를 주고 싶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영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려는 거다.
준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것에 흔들릴 일은 없지만 우는여자를 보는 건 귀찮다고 생각했다.
"다현이가 아니었어도 이혼할 거였어."
"난 당신을 잘 알아요."
영주가 준후를 따라 벌떡 일어섰다. 준후는 말끄러미 그녀를 보았다. 다현도 그랬다. 선생님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왜 ‘안다는 것‘에 그렇게들 집착하는 걸까. 자신을 가장 잘 안다던 다현은 알까? 다현의 죽음에 자신이 그렇게 슬프지 않다는 것을. - P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