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낙하 혈흔이에요."
강치수와 박인재가 그를 쳐다보았다. 조사관이 설명했다. 낙하 혈흔은 가만히 있는 물체에서 수직으로 피가 떨어졌을 때 생긴 흔적을 말한다. 수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혈흔이 정원형을 띠고 피가 튀는 돌기가 일정하게 퍼져 있다. 그는 낙하 혈흔임을 증명하는 다른 혈흔도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동반 방울이라고했다. 동반 방울은 큰 혈액 방울이 바닥에 부딪치면서 생기는 작은 혈액 방울을 말한다. 현장에서 여러 개 검출된 동반 방울은 혈액이 상당한 높이에서 떨어진 것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 P106

다현은 늘 무덤덤 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없어도, 대화할 사람이 없어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다현을 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무도 다현에게 말을 걸지 않고 걱정해주지 않고 버려두는 것이리라.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자신은 알고 있다. 다현은 처절하게 외로운 아이였다. 부서질 듯 약한 아이였다. 작은 상처를 받는 것도 두려워 거짓 외피를 서툴게 두른 것뿐이었다. 그런 다현이 죽을 때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지를 생각하면몸이 조여온다.
자신이 의심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다현과 자신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다현에게는 미안하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아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알고 싶었다. 다현은 어떻게 죽었는가.
차라리 즉사했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 P117

정은성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귀가 시간을 확인하려면 CCTV 확인은 당연하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CCTV라고 정확히 짚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까지는 아니지만 보편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알리바이를 대기 위해 과한 정보를 쏟아낸다는 것은 범죄심리학의 기초다. 흔들리는 표정 기저에 숨어 있는 뜻을 읽어내려 강치수는 한동안 정은성을 응시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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