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까지만 해도 소현은 몰래 일기장에 쓰곤 했다. 엄마, 미안해, 하지만 난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누군가가 넌 엄마를 똑닮았다고 하면 견딜 수 없이 두려워지곤 했다. 엄마처럼 외로움이 가득한 삶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삶에 부딪혔는데, 소현이 보기에 삶은 엄마의 기쁨들을 차례로 빼앗아가기만 할 뿐 아무 보상도 해주지 않은 듯했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네가 없었으면 나는 벌써 한참 전에 죽었다. 하고 말하긴 했지만 과연 내가 보상이 될까? 이런 내가? 소현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 P302
여러가지로 힘들겠지만, 몽식아, 어쨌든간에 나는 네 글을 정말 좋아한다. 너는 가짜라고, 네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가짜를 진짜가 되게 하는 게 글쓰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고, 따지고 보면 순수하게 독창적인 것은 사실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또 뭔가를 하나 더 만들어 가만히 놓아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P266
너는 나한테 오늘 뭔가를 줬다. 이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다. 되게 이상한 모양이다. 모양은 꽃이 아닌데, 느낌은 꽃다발에 상응하는 어떤 것이다. 이런 거, 굉장히 오랜만에 누구한테서 받아봐. 고맙게 받겠고, 이걸로 뭔가 해볼게. 너도 오늘 나한테 한 얘기 잊어버리지 말고, 그걸 끝까지 놓지말고 뭔가 해봐라.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이 기계를 현명한 방향으로 쓸수 있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 잘 자라, 친구. - P2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