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는 카페를 찾지않는 손님들을 이해하듯 앨리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야 나는 감독이고, 배우고, 이야기꾼이니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나의 특기라야 하니까. 끝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 P303

만약 누군가 이 애를 다치게 하거든 그 자의 뼈와 살을 모조리 발라버려야지.
아이를 통해 나는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이 아무렇지 않게 잔학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P337

혹자는 내가 여자를, 마리아를, 앨리스를 서사의 도구로 격하시켰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마리아가 그 지지부진한 서사에 더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언덕을 둘러싼 남북의 마을은 마리아에게는 너무 좁은 세계였다. 마리아는 갈등을 심고 평화를 거둔 후 미련 없이 떠난다, 포와로, 서사 밖으로.
스크린 밖으로. - P352

그 여자는 밖에 있다. 지금 있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그 여자는 내 의도에 갇힌 적이 한순간도 없다. 언제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발견된다. 내가 쓴 앨리스가 나를 발견한다. 내 특기는 여주인공을 놓치는 것. 나는 언제나 내 인생의 서사를 스스로 장악하고 있다 착각해왔다.

그리고 현앨리스가 나타난다.

이것이 나에게 일어날 모든 일의 가장 불가해한 요약이다. - P353

쓰는 동안 여러 차례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쓰기가 힘에 부쳤고 이미 써놓은 대목들이 적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적이라 생각했던 장면들을 목발처럼 의지하게 되는 순간들도 이상한 일이다. 사람의 일 같지가 않다. 인간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과 일개 인간의 뜻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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