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년 전 어느 날, 내 얼굴을 사고로 파괴해버린 남자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전 재산을 털어 나를 뉴욕의세계 최고 실력자라는 성형외과 의사에게 데려갔다. 그렇게 이전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어주었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그 새로운 얼굴에 눈독을 들인 유명한 사진작가는 나를 작업실로 데려가 카메라 앞에 세웠다. 그리고 이런 얼굴에는 다른 화장법이 어울린다면서 립스틱이며 아이섀도로 내 얼굴을 온통 칠해버렸다. 또 어느 날은 유명한 여성 디자이너가 잡지 사진을 봤다면서 접근하더니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혀 무대에 세웠다.
그리고 또 어느 날, 그리스 조각처럼 단정한 얼굴의 신인 디자이너는 나를 파리에 데려가 자신이 잠자리를 함께한 세계적으로유명한 동성애자 디자이너에게 나를 팔아넘겼다. 또 어느 날은나와 마찬가지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한 살 많은 패션모델이 친근한 얼굴로 다가와 친구가 되자면서 내 왼쪽 젖가슴에 자신과똑같은 나비 문신을 하라고 권했다. 또 다른 날, 어느 섬유회사의젊은 사장은 나를 호텔로 청해서 1억 엔의 돈다발로 내 몸을 샀다. 그리고 다른 돈다발을 풀어 자신이 고른 새빨간 드레스를 입히고 자기 회사의 TV 광고에 출연시켰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레코드 회사의 젊은 여성 디렉터는 내 음성이 꽃의 꿀 같다면서 서툰 노래를 부르게 해서 목소리까지 돈으로 바꾸었다. -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