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의 세계와 저의 세계는 달라요. 그걸 가끔 느낄 수 있어요.
쏠에게 제 몸을 넘겨주면요. 그럼 세계는 눈앞에 있는 게 아니라, 피부에 닿아요. 풍경은 바람 같아요. 복도 냄새 같고요. 덩어리로 뭉쳐졌다 펼쳐졌다 해요. 만약 쏠의 눈으로 이제프 선생님을 보면.. 먼지랑 흙 냄새가 날 거예요. 시원한 바람이 불 거고요. 음, 그리고 약간 달콤한 냄새도요." - P294

"......이제프 선생님?"
아이의 멍한 눈빛이 돌아왔을 때, 잔뜩 잠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렀을 때 이제프는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아직 태린을 잃지 않았다. 태린은 여전히 이제프를 기억했다. 이 아이는 여기에 있다.
그 사실이 왜 그렇게도 안심이 되고, 동시에 가슴이 무너지는지.
이제프는 팔을 벌려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태린을 감싼 팔을 통해 흐느낌이 전해졌다. 이제프의 옷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태린은 울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아이는 앞으로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 P312

때때로 죽음의 위협을 마주할 때마다 이제프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빛나는 눈빛을 생각했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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