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너희와 합쳐지면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잖아. 내가 나라고 정의하던 개체, 세상을 주관적으로 감각하던 하나의 의식, 그런 것들이 사라지잖아.‘
합쳐진 이후에도 너는 여전히 존재할 거야. 네가 아닌 우리로서
‘나는 너희가 아니야. 나는 그냥 나야. 단수야.‘
우리가 보기에 너희는 단수체가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렇게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몸을 가졌고, 이 몸은 온전히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 움직여.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여. 나는 여러 존재가 아니야. 하나의 몸으로 세상을 주관적으로 감각하는 단 하나의 개체야.‘
너희는 이미 수많은 개체의 총합. 하나의 개체로는 너희를 설명할 수 없어. 네 안에는 다른 생물들이 잔뜩 살고 있어. - P182

그 존재들은 너와 같이 살 뿐만 아니라, 너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의식이야말로 주관적 감각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야.
혼란스러웠다. 그들이 규정하는 의식과 태린이 규정하는 의식은 너무 달랐다. 태린의 생애에서 ‘자아‘란 흔들린 적 없는 굳건한 개념이었다. 미생물이나 기생충 같은 것들이 인간에게 붙어산다고 해도 그것들이 의식을 갖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것들은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태린에게 붙어 있고, 때로 영향을 미칠수는 있지만, 영혼과는 구분되는 외부의 존재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 생각마저 읽어버린 것처럼, 그것들이 다시 속삭였다.
잘 생각해봐. 네가 정말로 하나의 존재인지...... - P183

"그렇게 변해버린 것이 싫지 않으세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인간일 때와 같아."
스벤이 자신의 변해버린 팔을 바라보며 말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태어난 이상살아가야 한다. 이 삶도 마찬가지다. 난 이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야 해." - P227

<그 의식은 너희의 머리 안에 있는 뭉치, 우리를 닮은 연결망의 뭉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인간의 뇌가 너희를 닮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이 뇌에서시작되는 건 맞아.>
<우린 그 뭉치를 세세히 조사했어. 인간에 대해 학습할 때, 늪에 던져진 인간을 소화할 때,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배울 때 말이야. 그리고 결론을 내렸어.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없어. 우리랑 결합한 상태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의식을 지닐 수있어.>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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