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해야 합니다.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파견자가 될수 있을 겁니다." - P41

지상은 하늘을 향해 열린 곳이었다. 바람이 불고 빛이 쏟아지고물이 순환하며, 태양과 달이 함께 타원을 그리면서 계절을 바꾸는 곳. 이끼들이 땅에 몸을 납작 붙여 자라고 그 위로는 키 큰나무들이 밀림의 지붕을 이루는 곳.
지표면이라는 터전 위에서 인간은 발 닿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때로는 하늘을 날아서. 그때 지구는 지구본처럼 작지만 꽉 찬 행성이었고, 사람들은 지구를 ‘우리 행성‘이라고 불렀다. 하늘을 바라보면 시선 끝에서 끝까지 별들이 펼쳐져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먼 천체들에 닿고싶어했다. 우리의 행성을 발판 삼아 다른 존재들의 행성으로 나아가고 싶어했다. - P45

[시험이 시작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1부 시험이 바로 시작되었다.
파견자의 역할과 임무 전반에 대한 보편적인 문제들, 지하도시 행정 구조의 특징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아카데미 기초 과정에서 세뇌당하다시피 배워온 것들이었으므로 어렵지 않았다. - P48

태린은 파견자 선언문의 전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웠고, 행정조직과 파견 조직의 구조를 스크린에 그려넣었으며, 스타도하드의 네 가지 요소와 파견 본부의 역사, 지하 도시의 설립과정과 행정 구조에 대해서는 구술로 대답했다. - P49

그래, 이제는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 P53

"광증은 아니야."
"광증이 아니면요?"
"난 발현자들을 많이 봐왔어. 범람체에 의한 광증은 확실히 달라. 그건 자아가 해체되는 과정이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또 누구인지 잊어버리지. 자신의 몸과 정신을 스스로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결국은 과거와 현재를, 자전적 서사를 잃어버리는 거야. 환각이나 환청도 일부 증상이긴 하지만 넌 그 경우와 달라."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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