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런 상황에 체념한 채로, 그 모든 일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고통스러웠지만 살아졌고, 그녀는 살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살아진다. 그러다보면 사라진다. 고통이, 견디는 시간이 사라진다. 어느 순간 그녀는 더이상 겉돌지 않았고, 그들의 세계에 나름대로 진입했다. 모든 건 변하고 사람들은 변덕스러우니까. 그러나 그후에도 그녀는 잠들지 못하거나 질이 낮은 잠을 끊어 자며 아침을 맞았다. 가끔씩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 폭음을 하고는 환한 대낮에 사무실에서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했다. - P108

오랜만에 펜을 들어 너에게 편지를 써.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네 나이 때는 하루에 꼭 한 쪽이나 두 쪽의 일기를 써야 잠들 수있었어.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길이가 점점 줄어들었고 요즘에는 그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손님을 만났는지 같은 내용을 짧게 메모하는 수준이야. 오늘이 어제와 다르고 또 내일도 다를 거라는 근거를 적어두는 거지. 기록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같은 날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한꺼번에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거든.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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