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마주 닿는 감촉 속에서, 불안은 김 서린 창문 밖 풍경처럼 희미해지는 듯 했다. - P198

왜 이렇게 다른 거야? 왜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건데? 말한다고 전해지긴 하는 거야? 시하야. 너는 왜 거기에 있어? 내 안이 아니라. 그런 건 너무 쓸쓸하지 않나? 이런 말을 해 봐야 너는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단 표정만 짓겠지. - P216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대로 네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 좋을 텐데. 아주 잠깐이라도. - P217

"시하야, 나는 한 번도 널 만난 적이 없어. 내가 보는 너는 빛이 나의 망막에 맺어준 상이야. 내가 듣는 너는 고막을 진동하는 공기의 떨림이야. 내가 만지는 너는 피부가 보내는 전기신호일 뿐이야. 내가 기억하는 너는………… 나의 뇌가 멋대로 해석해 구겨 놓은 납작한 착각이야. 헛된 희망이야. 시하야. 나는 널 몰라. 한 번도 너를 알았던 적이 없어. 우리가 주고받는 말들은 그저 허공에 미끄러질 뿐이야." - P246

"나는 그 말이 진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그래서 진심을 다할 수가 없는 거야. 우리 사이엔 아득한 단절이 있어. 내 세계의 끝까지 걸어가도 네가 있는 세계로는 넘어갈 수가 없어. 우린 서로 다른 몸에 갇혀 있어." - P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