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가 지닌 모란 같은 화려함은 다른 사람의 색까지 빨아들이곤 하니까. 자은은 만약 여인의 옷을 입고 그 자리에 앉았더라면, 물론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마음이 잔잔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흐드러진 꽃 같은 사람의 그늘에서 누구의 눈길도 끌지 않으며 편하게 숨을 쉬었을 것이다.
눈길을 끌고 싶은 욕구 따위는 늘 없었다. 거기까지 이르니,
산아는 얼마나 매일이 쉽지 않을지 헤아리게 되었다. 한껏 차려입은 모습은 어떤 종류의 포기일지도 몰랐다. 볼 테면 보시오, 무늬 비단을 감상하듯 보시오, 하는 속마음이 비친 게 아닐까? -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