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기본은 이야기를 하는 것 tell a story 입니다. 그리고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말을 바꾸면 의식의 하부에 스스로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마음속 어두운 밑바닥으로 하강한다는 것입니다. 큼직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수록 작가는 좀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큼직한 빌딩을 지으려면 기초가 되는 지하부분도 깊숙이 파 들어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치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수록 그 지하의 어둠은 더욱더 무겁고 두툼해집니다. - P188
작가는 그 지하의 어둠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즉 소설에 필요한 양분—을 찾아내 손에 들고 의식의 상부 영역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형태와 의미를 가진 문장으로 전환해나갑니다. - P189
물론 그 강함이란 신체적 강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타인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지금 상태를 최선의 모양새로 유지하기 위한 강함을 말합니다. - P191
카프카의 경우는 트롤럽 씨와는 다르게 그런 반듯한 생활 태도가 오히려 훌륭한 장점으로 평가되는 면이 있습니다. 어디서 그런 차이가 생겼는지, 좀 신기하지요. 사람들의 훼예포폄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입니다. - P194
내가 생각건대, 혼돈이란 어느 누구의 마음속에나 존재합니다. 내 안에도 있고 당신 안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실생활에서 일일이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로, 외부를 향해 드러내야 할 종류의 것은 아닙니다. "이거 봐, 내가 떠안은 혼돈이이렇게나 크다니까" 하고 남들 앞에 자랑스럽게 내보일 만한 것은 아니다, 라는 얘기입니다. - P194
자신의 내적인 혼돈을 마주하고싶다면 입 꾹 다물고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혼자 내려가면 되는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해야만 할 혼돈은, 정면으로 마주할 만한가치가 있는 참된 혼돈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야말로 당신의 발밑에 깊숙이 잠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 P195
행운이란 말하자면 무료입장권 같은 것입니다. - P197
하지만 동시에 거기에는 직업적인 소설가라는 한 가지 점에 관해서 말하자면 개별적인 상이점을 꿰뚫는, 뭔가 그 근저에서부터 통하는 게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정신의 ‘터프함‘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망설임을 헤쳐나가고, 엄격한 비판 세례를 받고, 친한사람에게 배반을 당하고,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고, 어느 때는 자신감을 잃고 어느 때는 자신감이 지나쳐 실패를 하고, 아무튼 온갖 현실적인 장애를 맞닥뜨리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소설이라는 것을 계속 쓰려고 하는 의지의 견고함입니다. - P198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즉 당신이 (안타깝지만) 희유의 천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많든 적든 한정된) 재능을 시간을 들여 조금이라도 높이고 힘찬 것으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면, 내 이론은 나름대로 유효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를 최대한 강고하게 할 것, 또한 동시에 그 의지의 본거지인 신체를 최대한 건강하게, 최대한 튼튼하게, 최대한 지장 없는 상태로 정비하고 유지할 것 그것은 곧 당신의 삶의 방식 그 자체의 퀄리티를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위로 끌어올리는 일로 이어집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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