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큭."
남자는 혼자서 웃었다. 또다시 처리해야 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자신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을 사람들의 반응을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침에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올 때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에는 모두 공포가 서려있었다. 이제 그 공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공포.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에게 공포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은 강한 힘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남자에게 공포란 그런 의미였다. 다른 이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힘. 그러기 위해서는 전시가 필요했다. 자신의 업적을 내보여야 했다. 물론 그것이 지나치면 꼬리가 밟힐지도 모른다. 몇 번이나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다. 그래도 공포를 전시할 때의 짜릿함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남자가 훤한 대낮에 작품을 내다 버리는 것도 바로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더 큰 자극, 더 깊은 희열, 그리고 더 강렬한 쾌감.….
남자의 이런 내밀한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당연히 그뿐이었다. 남자가 공포를 즐긴다면 그는 혼란에 기쁨을 얻는 쪽이었다. 누군가를 혼란에 빠트릴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며 그는 슬쩍 웃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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