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도서관에 가서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보았어. 비평에 관한 글을 말이야. 하지만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 그리고 앞으로 내 삶은 그런글을 읽고 쓰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리라는 예감이 들었어. 그런 글을 읽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아마 세상의 일부일거야. 그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 삶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거야. 그렇지? 그리고 반대로, 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 역시 그 세계에서는 의미가 없겠지. 이미 너희와 나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너희 글을 읽는 건………… 모르겠어. 그 세계들이 만나는 일 같다고 느껴졌어. 어떤 질문을 받은 것 같았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계속 고민했어. 나는 너희처럼 글을 쓰지 못하고, 관심도 없어. 하지만 너희는 내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말하지. 그렇다면, 그냥 내 방식대로 말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 - P70
그래서 이렇게 감상문을 쓰기로 한 거야. 하지만 여전히 회의는 들어, 이게 너희에게 도움이 될까? 왜냐하면 너희는 도움을 받고 싶어 하잖아.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어 하지. 그런데 내 감상은 너무 개인적이어서, 도움이 안 될 것 같거든. 하지만……… 이게 내 세계에서 말하는 방식이야. 그래서 이야기할게. 너희의 주인공들. 두 여자.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원해.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들은 계속 뭔가를 원해. 그래서 글을 쓰고, 서로를 의식해. 그들은 주어진 것들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아. 지금 자신과 다른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 그런데 심지어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조차 그러니까 그들이 만들어낸 주인공들조차 뭔가를 원해. 계속 바라지. 자신이 있는 곳을 떠나고 싶어 하고, 과거든 현재든 스스로를 지우고 싶어 해. 그 마음이 말이야, 너무 명확하게 느껴졌어. - P71
아니, 보였어. 마치 그 부분만 툭 불거져나와 있는 것 같았지. 그 마음이 너무 뚜렷해서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어. 이렇게 읽어도되는 걸까? 이렇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나는 혼란스러웠어. 너무 내 것이라서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어떤 마음 때문에, 나는 너희의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어.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내 마음이라면, 나는 이걸 있는 그대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 방식으로 우리가 몰랐던 마음들이 만난다면, 그것으로 나는 새로운 것을 알 수 있게 되겠지.
그리고 새로운 것을 읽을 수 있겠지. - P72
헤어질 때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다. 우리는 아팠고, 병원에서는 당연한 그 사실이 밖에서는 아니었다.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은 나 자신을 쓸모없다고 느끼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내 문제를 아는 것도 편치 않았다. 누군가는 불쌍하다는 말을 쉽게 했고, 또 누군가는 삶이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소리를 지껄였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자신들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아 다행이라고 느끼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런 마음을 한번 품기 시작하면 벗어나기 힘들었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때도 그랬다. 때문에 가능한 한 아프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편이 좋았다. 통증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야 했다. 그래서 밖에서 지우를 만나는 일은 생각조차 안 했다.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서로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는 이미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일은 가능하면 겪지 않는 편이 좋았다. - P87
우리는 시련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 말은 미신과 다를 바 없었다. 아무리 없애려 애써도 매번 다시 나타나는 거미를 내몰 방법이 없으니, 그냥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며 함께 사는 것. 지네를 영험한 동물이라고 믿고사는 바로 그런 것처럼.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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