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평소에 가까이 두었던 책들만 있어요."
장 감독은 내가 보르헤스 선집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좋아해요? 우리 학교 다닐 때 라틴 문학 붐이 있었어서. 나는 많이 읽었는데."
"저도 좋아해서 읽었는데, 생각나는 건 그………… 「아스테리온의 집밖에 없네요."
"미노타우로스 신화를 좋아해서?"
오늘 만나서 처음으로 장 감독이 내게 개별적인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테스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거리 감각을 조절하기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질문. 나처럼 남에게 이야기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얘기를 털어놓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