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주님께서 딸에게 주신 재능은 주님과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지, 세속적인 서커스를 하기 위한 게 아니라고 소리질렀다. 아내가 그토록 즐겨 다니는 경박한 진창에 딸까지 끌고 들어가지는 말라고 했다. 딸이 이런 식의 지적 매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 P52

헬렌은 싸움이 벌어지는 내내 자기 발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를마주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입이 그 무분별한 말을 만들어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꼴을 보면, 이제는 아버지가 말을 하더라도 사실은 다른 누군가가 아버지를 통해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의심이 확인될 테니까. 발만 보고 있으면, 그 목소리는 그냥 폭언을 쏟아붓는 목소리일 뿐이었다-아버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주인없는 고함. 위협적인 말투보다 더 무시무시했던 건 아버지의 장광설에 아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헬렌이 보기에 의미에 가하는 폭력만큼 심한 폭력은 없었으니까 - P52

헬렌의 재능은 대단히 희박한 확률을 뚫고, 엄청나게 엄격한 감시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꽃피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혹독하고 두서없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게 싫었지만, 아버지의 구속이 어머니의 사교성보다 딱히 더 억압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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