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는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한 빌라의 창문을 통해 페트로니유의 소녀 시절을 얼핏 본 것 같았다. 극좌파의 이상에는 찬동하지만, 뻔뻔할 정도로 추하기만한 골동품, 충격적일 정도로 멍청한 독서, 다시 말해 프롤레타리아의 미학에 거부감을 느끼는 부조리하게도 귀족적인 취향을 가진 소녀의 진정한 고통을.
나는 다시 페트로니유를 바라보았다. 붉은 고추를 닮은 눈을 가진 불량소년의 외모, 탈옥한 죄수 같은 근육질의 탄탄하고 작은 몸, 그리고 크리스토퍼 말로와 닮아 보이는 얼굴의 신기한 부드러움, 그녀는 양갓집 아가씨보다 백배 천배 나았다. 그녀도 말로처럼 <나를 부양하는 것은 나를 파괴한다>를 좌우명으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양식이 되어 준 위대한 문학은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만큼 그들 사이에 더욱더 깊은 골을 파놓음으로써 그녀를 외톨이로 만들어 놓은 것이기도 했다. - P121
「천만에 그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야. 난 너를 관찰 했어. 너한테 재능이 없다는 말이 아니야. 난 너를 오랫동안 관찰한 후에 재능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어, 비밀은 너의 광기야.」
「네가 나보다 천 배는 더 미쳤어. 약을 먹든 안 먹든!」
「난 너의 광기라고 말했어. 네 나름의 미치는 방식 말이야. 미친 사람들은 사방에 널렸어. 하지만 너 같은 미치광이는 존재하지 않아. 네 광기가 어떤 건지는 아무도 몰라. 너조차.」
「사기가 이뤄지는 게 바로 거기야. 사람들은 아무도 너와 같은 연료를 사용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너 때문에 작가가 돼.」 -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