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담에게 들을 과거가 없었다. 함께 겪었으니까. 겪을 때마다 감정을 공유했으니까. 그때 우리 열한 살 여름에 개천에서 같이 피라미 잡다가, 라고 담이 얘기를 꺼내면, 너 신발 한짝 떠내려가서 그거 잡는다고 우리 둘 다 죽을 뻔했을 때? 라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설명 없이도 대화는 성큼성큼 나아갔고 감정은 절로 드러나 꾸밀 필요 없었다. 침묵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도 않았다. - P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