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 : (얼결에) 우리 남편 안 놀아, 일해, 언니는 암것도 모르면서, (아차 싶어, 민숙보면)
민숙 : 너 또 공장 차려줬냐? 이번에 무슨 공장 차려줬니? 생수공장, 플라스틱 공장, 제지 공장도 모자라 이번엔,
수진 : (웃으며, 말꼬리 자르며) 그냥 압구정에 조그만 가구점 하나 차려줬,
민숙 : 미친.. 여편네는 일주일 내 이 드라마 저 드라마 찍는다고, 잠을 못 자고, 보따리장수처럼 전국을 싸질러 다니는데, 지가 뭐라고 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에, 사장 노릇 아님 안 해?!
수진 :(귤 먹으며, 웃으며) 그러게 내 말이..
민숙 : 니가 그렇게 무르니까 니 팔자가 그따위야 젊어서 친정에 그만큼 당한 것도모자라, 남편에, 시댁에 자식에 늙어 분첩 하나 들고, 살래?
수진 : (운전하는 수경에게 귤을 먹여주며, 작게 웃으며) 시끄럽지, 귤 먹어.
수경 : (백미러로, 민숙 보며, 싫은, 입으로 귤 받아먹고)
민숙 : (수진 보며) 젊어 배우 한달 땐 다들 대가리가 비었다고 비웃더니, 왜 그 돈으로 지들이 호사야! 화류계 년처럼 웃음 팔고 번 돈 드럽고 드럽다드니, 왜 그돈으로 지들이 생색이냐구?! 여름엔 더위에 녹아나도 웃고, 겨울엔 칼바람에 살이 트는데, 지들은 우리가 화면에서 웃으니까 놀면서 돈을 거저 버는 거 같지?! - P356

많은 영화감독과 드라마 연출자에게 있어서 어떤 이야기이냐는 매우 중요하다. 더 나아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느냐는 영화보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 연출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화두이다. 나에게 드라마 대본이란 경전이나 성경의 의미이다. 정극이든, 로맨틱이든, 사람의 삶, 곧 인생의 이야기를 그려놓은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연출자는 경전을 든 수도사와 같다. 그 경전을 해석하고,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고 책의 목적을 위해서 항상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의 기쁨이나 슬픔, 위로와 희망, 작은 기적 등 많은 이야기들을 연출자는 어떻게 재미있고 즐겁게, 편안하게 전달할 것인가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감독에게, 적어도 드라마를 연출하는 나에게 대본의 의미는 드라마의 기본 이전에, 인생을 공부하게 하는 가장 신성한 책 중의 하나이다.

- 감독 표민수 - P3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