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체력이 소진되어 더 이상 일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 주인‘ 인터넷에서 유명한 ‘짤‘이다. 이 짤이 인기를 끈 이유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체력 부족으로 하루가 버거운 느낌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소수를 제외하면 체력은 느린 와이파이로 보는 고화질 영상처럼 버벅거리다 끊기기 일쑤다. 영상이야 짧은 것만 골라 보거나 저화질로 설정하면 되지만, 인생은 그럴 수가 없다. 일을 몰아서 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30대가 되자 거짓말처럼 체력의 한계에 부딪혔다. 취미가 미루기, 특기가 밤샘이었던 내가 깊은 밤이 되면 독침을 맞은것처럼 픽픽 쓰러져 드르렁 잠들었다. - P7
이푸 투안은 『공간과 장소』라는 책에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공간‘은 ‘장소‘가 된다고 했다. 공간이 개념 차원이라면 장소는 경험 차원으로, 우리가 어떤 공간에 익숙해졌을 때 공간은 장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 무의미한 몸짓이 공간이라면, 이름을 얻은 꽃은 장소인 셈이다. 에드워드 렐프도 장소와 장소상실』에서 장소는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맥락이나 배경이라고 정의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안정감이나 경험,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다른 장소가 된다. 체육관의 링에 팔을 걸치고 나를 구경하던 남자 회원과 내가 경험하는 장소는, 동일한 운동 공간임에도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니 나의 운동 유목은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여정이기도 했다. - P40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데 아직도 자궁과 변기가 블루투스 연동이 안 되어서 내가 컵을 들고 안절부절못해야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인류는 인간을 달로 보내기 전에 달거리부터 정복해야 하지 않을까? - P99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불로소득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고,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으로 쓸어버리는 천재에게 매혹된다. 오죽하면 요즘의 덕담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길가다 돈 주우세요, 하는 일 모두 얼렁뚱땅 잘 되세요!"다. 운동에 임하는 자세도 비슷하다. 이쯤 하면 적당히 근육이 생기고 체지방은 눈치껏 빠지고, 엉덩이와 배는 올라붙었으면 좋겠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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