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사 없이 나아가는 이야기, 말없는 주인공. 작가님은 왜 어려운 길을 택하는 건가요. (웃음)

A. 제가 인간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도 어떤 서사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보는 게 아니라 그 배우가 좋아서, 인물이 좋아서 보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적인 인간, ‘저거 진짜다‘ 싶은 표정과 말투를 보여주는 인물을 그리고 싶어요. 가끔 기계적인 캐릭터를 보게 될 때, 아마 대본이 기계적으로 흘렀기 때문에 연기도 대사도 기계적으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왜 그렇게 됐을까? 서사를 먼저 잡고 시작해서, 정해진 서사에 인간을 돌려버렸기 때문에 기계적인 얘기가 나온 게 아닐까. 인간을 먼저 잡고 쓰면 그 인간이 갈수 있는 만큼만 나아가기 때문에 기계적인 이야기로는 흘러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죠. 최근 <더 웨일>을 보고도 느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배우의 예술이더라고요. 결국 배우가 상황에 얼마나 몰입하는지, 어떤 인간을 제대로 보여주는지가 중요한데 작가는 그 베이스가 되어줘야 하잖아요. 배우가 꽃을 피운다. 그 꽃의 자양분을 대자. 저에게는 이 생각이 가장 크게 작동하는 것 같아요.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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