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의아한 듯한 얼굴로 그가 되물었다.
"수족관 세트 장면이오."
"그게 왜? 난 좋았는데…………."
"아니…………. 그날 눈물이 제대로 안 나와서요."
"난 네가 고함 지른 게 이방희 감정에 더 맞는다고 생각해서 OK 했는데?"
예상 밖의 답이었다.
"그것 때문에 여태껏 기분이 별로니? 윤진아, 특히 주인공은 영화 전체에 나오는 캐릭터의 흐름을 봐야지 한 신, 한 신만 보고 힘을 주다보면 오히려 관객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작은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마. 그 일에 연연해서 오늘까지 기분을 망치면 오늘 연기는 어떻게 할래? 기억해라. 큰 배우는 전체를 본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네 자신을 못 믿겠으면 감독이라도 믿어. 하하하!"
큰 배우는 전체를 본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전체를 봐라! 강제규감독의 말은 <쉬리>라는 영화의 흐름, 이명현이라는 인물의 흐름을 다시 보게 했고 내가 영화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는지 깨닫게 했다. 비로소 한 신 한 신에 최선을 다해 연기하되 작은 실수에 오래도록 마음을 뺏기지 않으며 연기할 수 있었고, 무사히 이명현이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습관처럼 강제규 감독의 모습을 관찰하게 됐다. 그는 어려운 일을 앞두고 오히려 침착해지는 사람이었다. 그가 침착해질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 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