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많지 않다. 항우울제를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트라우마에 중점을 둔 심리 치료(trauma focused psychotherapy)를 먼저 시도한다. 그중 지속적 노출 치료(prolonged exposure)와 인지 처리 치료(cognitive processing therapy)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치료법이다.
지속적 노출 치료는 말 그대로 트라우마 기억에 반복적으로 직면하게 함으로써 PTSD 증상들을 직접적으로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환자는 진료실 안에서 상담자와 트라우마 경험을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고 되새긴다. - P48

치료자로서 나는 알리와 함께 그의 악몽 같았던 그날의 기억을 반복해서 걸었다. 알리가 칼에 찔릴 때면 내가 칼에 찔린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무엇보다 나를 슬프게 했던 것은 14살 소년 알리의 마음씨였다. 알리는 야구방망이를 잡았을 때, 자신이 취한 삼촌보다 힘이 더 세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와 맞서 싸울 생각을 하는 대신 이런생각을 했다.
‘내가 방망이를 너무 세게 당기면 삼촌이 중심을 잃고 넘어질 거야.‘ - P51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는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환청과 망상이 사라지자 자신의 몸을 가득 메운 문신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워졌다고. 자신의 몸에 남긴 흔적들이 지난 날에 과오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그에겐 용서받지 못할 주홍글씨가 된 것 같았다고.
"그때 이곳 사람들이 말해줬어요. 미움과 혐오는 사랑으로 지우는 거라고. 제 몸에 새긴 혐오의 문신을 사랑과 평화의 문신으로 덮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클리닉 식구들이 도와줬어요. 제가 문신 위에 새로운 문신을 새기도록요."
그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떨군 채 흐느끼던 지미의 앞에 어느새, 한 노인이 서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를 지닌, 백발의 흑인 노인은 천천히 몸을 수그렸다. 지미도 이를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그 노인은 한동안 눈물이 가득한 지미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아무 말 없이 울고 있는 지미를 안아줬다. 다른 환자들도 곁에 다가와 그의 등을 토닥여줬다. 그 장면은 내가 참관한 어떤 그룹 치료보다 치유적이었다.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