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본은 영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글이기에 이를 연기하는 배우가 분명히 있고, 그들 모두는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이기에 인간적인 대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물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 쫑파티에서 그 배우 얼굴을 못 봅니다. 미안해서. 그리고 제가 시트콤을 오래 했는데, 시트콤에선 모든 인물이 돌아가며 주인공을 합니다. 아마도 그때의 습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 년 전부터는 모니터에 이런 말을 써서 붙여놓았습니다.
"잘 쓰려고 하면 영점 조준이 잘못된 것이다. 인물을 아끼고 사랑하자. 사랑이 다 한다."
써놓고 스스로 기특해했던 말입니다. 이 말을 되뇌면 이제 그렇게 지옥처럼 일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 P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