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 3만 원, 숙박 6만 원?"
작은 이마가 구겨졌다. 로희는 이런 불합리함은 태어나서 처음봤다는 듯한 얼굴로 명준을 보았다.
"대실, 방을 빌리다. 숙박, 잠을 자고 머무르다. 우리는 방을 빌려서 잠잘 건데, 그럼 9만 원이라는 뜻이야?"
저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난감해서 명준은 우왕좌왕했다.
"우, 우리는 숙박이야."
얼른 숙박 버튼을 누르려는 명준의 손을 로희가 턱 잡았다.
"방을 빌리는 건 뭔데?"
"그건・・・・・・ 한 세, 세 시간쯤 있다가 가는 거야."
"세 시간 따위 빌려 뭘 하는 거야? 3만 원씩 내고 쪽잠을 잔다는 거야? 하루 빌리는데 6만 원인데 왜 세 시간에 3만 원을 내고 빌리는 건데?"
"아, 그, 그냥 그런 거야! 들어가기나 해!" - P227

"일단 경찰서로 갑시다. 두 사람이 이렇게 돌아다니는 건 더 이상 무의미해."
말을 하며 상윤은 로희를 보았다.
"지금 한 얘기, 경찰서에 가서 잘 진술할 수 있지?"
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상윤이 일어나려고 하자, 그의 손을 붙잡듯 로희가 말했다.
"그런데 조건이 있어."
반쯤 일어나다 말고 상윤이 다시 주저앉았다. 로희가 턱짓을 했다.
"저 아저씨, 내버려 둬."
체포하지 말라는 뜻 같았다. 상윤은 명준을 보았다. 명준은 당황했는지 두 사람을 번갈아보더니 로희에게 손을 내저었다.
"난 괜찮아. 저 신경 쓰지 말고 얘 부모님 죽인 놈 잡는 데 신경써주세요." - P298

유괴범과 피해아동의 대화 치고는 참 이상했다. 하지만 여기서 본 것만으로도 상윤은 왠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는걸.
"그건 둘째 문제야."
"이게 첫째 문제야. 유괴가 아니라 보호였던 걸로 해."
이미 계획을 짜고 있었다는 듯 로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는 또렷하고 말간 눈으로 상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상윤이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시선을 돌리거나 피하지 않았다.
이 아이가 정말로 열한살인가. 대체 죽은 두 사람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온 걸까 신기할 따름이었다.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상윤이 말했다.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쳇. 너무 잔챙이를 잡았나."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참으며 상윤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최대한 도와보지. 결과는 장담 못해. 잔챙이라서."
"좋아."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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