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순간에 나는 무언가를 얻는 선택을 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돌이킬 수 없는 그 나날들에 빚져서 오늘의 내가 있다. 과거의 나를 탓하고 싶을 때는, 미래의 나를 위해 더 잘 살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다. 이것이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담담한 최선이다. - P21
내게 불안은 언제나 미래형의 어렴풋한 형태를 하고 있다. 아주 먼 미래와 내가 갖지 않은 모든 것들에 압도당하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불안을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 P23
‘과거보다 나아진 환경에 나를 데려다둔다‘는 마음이야말로, 일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방법이 아닐까. - P30
생존자의 법칙
영화 <허트로커>는 이라크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 EOD팀의 이야기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폭발 사고로 분대장이 사망한 팀에 새로운 분대장제임스가 온다. 그는 꽤 독선적인 인물로,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게 굴 때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상관에게서 질문을 받는다. "지금까지 몇 개인가? 해체한 폭탄 말이야." 정확히는 모르겠다던 제임스는 873개라고 대답한다. 감탄한 상관은 "어떻게 해야 폭발물을 그렇게 해체할수 있는 건가?"라고 묻는다. 제임스의 대답은 간단하다. - P42
"안 죽으면 됩니다, 대령님."
경력이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살아남은 사람만이 말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안 죽으면 된다. 이것은 영웅적인 동기와는 상관이 없다. 경력이란, 업계에서 살아남은 자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려낸 선이다. 돌아보면 길이 생겨있지만, 걷는 순간에는 길이 아닌 곳을 헤쳐가며 발을 내딛다가 다시 뒤로 돌아가 원점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헤맨 순간들조차 돌아보면 그럴듯한 역사의 일부가 되어있다. 살아남는 데 성공해야 어디든 도달해있는 법이다. 물론 살아남기에만 골몰하면 재미없고 능력없는 고인물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체보다는 살아있는 사람인 편이 낫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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