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학(Suicidology)의 창시자이자 오랜 시간 동안 자살자의 마음을 연구했던임상심리학자 에드윈 슈나이드먼(Edwin S. Shneidman) 박사는 자살은 내적 대화의 결과라고 했다. 우리 마음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훑어보며 탐색하고, 그중에 자살이있지만 자살을 거부하고, 다시 자살을 훑는다. 자살이 거기에 있고 자살이 다시 거부된다. 그러다가 자살이 최종해결책으로 선택된 후에는 자살을 계획하고 이제 자살이 고통의 해답으로 고정된다는 것이다. - P174
자살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멈추려는 정신적 과정이라는 것 외에 남겨진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사별자들은 자살로 향하는 고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겪었을 고통의 종류와 정도를 가늠하려 한다. 미친듯이 알고 싶지만 알 수 없어서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사별자들은 그 사람이 겪었을 역경을 더듬어가야만 한다. 우회로도 지름길도 없다. 나는 그저 그 길을걷는 사별자 곁의 동반자일 뿐이다.
사별 기간이 길지 않은 경우 사별자들은 고인의 물건을처리하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물건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괴로워 가까이 가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고인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고인의 마지막에 머물렀던 사별자의 시선이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향할 수 있을 때쯤, 그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는 고인의 물건을 볼 수 있는 용기가생긴다. 그러니 고인의 물건을 그대로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빨리 정리하고 잊으라‘고 재촉하지 말고 정리하지 못하는 그 사람의 이유를 들어주는 편이 낫다. -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