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많은 일을 겪었어요. 아주 길고 오랜 시간동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고 떠올리기 싫을 만큼 추악하고 몸이 떨릴 만큼 황홀한 일들을 말이죠. 그 시간동안 난 내 모든 감정을 다 써서 반응했어요. 최선을 다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요. 달리 말하면, 당신과 똑같이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당신이 보는지금 이 모습으로,
성곤의 눈시울이 왠지 모르게 붉어졌다. 이제야 비로소그는 박실영이 인생을 받아들이는 비법이 무엇인지 조금쯤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통로를 마련하려 애쓰고 결국 비가 들이치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그의모습이 떠올랐다.
박실영은 삶을 적으로 만들지도, 삶에 굴종하지도 않았다. 인생이라는 파도에 맞서야 할 땐 맞서고 그러지 않을때는 아이의 눈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관찰했다. 어떤 삶을 겪어내야 그의 얼굴에 새겨진 단단한 평화로움을 가질수 있는 것인지 김성곤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