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은 되도록이면 가장 모험적방식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구상하라고 자극받는다. 혼자서 세계를 정복하는 일은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낭만적 운명이다. 그런 상상 한 켠에는 한 여성이 나타나 발목을 잡는 바람에 모든 걸 망치는 그림이 될까 봐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세계에 뛰어들어 자신만의 길을 터 나가는 미래의 그림은, 그 속에남성이 없는 한 오랫동안 슬프고 초라한 것으로 채색된다. 이처럼 편협한관습을 넘어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건정말 대단한 일이다."
"인간의 자질 대부분이 ‘남성적인것’으로 분류되고 그중 몇몇만이 ‘여성적인 것’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성은 자신의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다른 존재에 투사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훨씬 더 많이 갖게 된다."
1233년 교황 그레고리 9세는 칙서로 고양이를 ‘악마의 하수인‘이라고선포한 바 있다. 이어서 1484년 교황이노센트 8세는 여성의 동반자로 보이는 모든 고양이를 사마로 간주하라고 명한다. 그리하여 ‘마녀들’은 자신의 동물과 함께 불에 타죽어야 했다. 이런 고양이 몰살은 쥐 개체군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고, 따라서 전염병인페스트를 더 악화시켰다. 이런 이유로마녀들은 처벌을 받았다.
그 조잡성은 미디어의 존재 이유가 대체로 정보 전달이 아니라이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즉 어떠한 비판적 시각도 없이 되풀이되는 편향된 연구, 양심의 가책과엄격성의 전반적 부재, 지적 게으름, 기회주의, 선정주의, 부화뇌동, 그 어떤 현실과도 관계가 끊긴 폐쇄회로에갇혀 있는 것 같은 상태…, 팔루디는 "이런 유형의 저널리즘은 실사를 기반으로 신빙성을 얻는 게 아니라 반복에서 그 힘을 끌어낸다"고 지적한다. 이시기 모든 매체를 동원해서 만들어낸가설을 두 가지 거짓말로 요약할 수있다.첫째,페미니스트들은 승리했고, 평등을 획득했다. 둘째, 지금 그녀들은 혼자이고 불행하다.
두 번째 주장은 상황을 설명하기보다는 겁을 주고 경고를 던지는 데 목적이 있다. 남편과 자식들에게 도움을주는 자리에 남아 있지 않고 자신을위해 살려고 감히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여성은 불행을 겪으며 고전한다는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고자 그녀들의약점이 되는 부분, 즉 자기 자신과 맞대면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갑작스럽고 강렬한 두려움을 곧장 조준한다.
그리고 그녀가 염색 작업장에서 일한 첫해 생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 그런데 여성 근로자들은 남성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그녀들은 "한 여성을 죽여 남성 근로자 하나를 구하라"고 적힌 전단지를 보게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듯 베티 리그스의 남편은주차장에 있는 그녀의 자동차에 불을지르고 몰래 작업장에 침입해 그녀를구타하기도 한다.
그녀들은 공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연방정부 판사가 그녀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45 베티 리그스는 ‘여성의 일‘로 돌아가지 않을 수없었다. 그녀는 가정부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화형대는 없었지만반항하는 자들이 영원히 하류층에 머물게 하기 위해 신체를 손상하고 때리고 배제하는 가부장제의 권력은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베긴 공동체의 몇몇 여성은 공동체밖에서 일하고 거주했으며 잔느 뒤 포같은 이는 번창하는 비단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다른 수녀원에 갇힌 몇천명 여성들이 노쇠를 면치 못하는것과는 반대로 베긴의 여성들은 신체적·지적·영적 왕성함을 누렸다. 19세기 시인 테오필 고티에 [예술지상주의로유명한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1811~1872)〕는 딸을 자비의 성모자매회 수도원에 맡겼다. 어느 날 수도원을 방문한 그는 딸에게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아차리고 딸이 일주
그녀는 또 결혼으로 얻은 존경할만한 것들, 예를 들면 고분고분함, 순종 같은 덕목만이 염소로 변하지 않고리본을 자를 수 있게 해주었다고 강조한다. 유럽에서 마녀재판의 거대한 물결이 일기 전인 15세기, 일종의 예고처럼 베긴Béguines 공동체 여성들이 누리던 특별한 사회적 신분을 파괴하는일이 벌어졌다. 이 여성 공동체는 특히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지에 있었다. 공동체에 속한 여성들은 대체로기혼 여성도, 수녀도 아닌 미망인들이었다. 그녀들은 모든 남성 권력에서벗어나 정원이 딸린 작은 개인 주택에서 함께 살았다. 정원에선 채소와 약용작물을 키웠고, 자유롭게 이 채소밭
는 모델에 따라 좋아하는 남성, 남자친구, 고용주나 배우자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 대리자로서의 소명을 실현하는 쪽을 택한다. 어디선가본 티셔츠에 적힌 다음과 같은 여성주의 슬로건이 겨냥하고 깨트리려 한 건바로 여성의 자기 억압이다. "너의 부모님이 늘 너와 결혼하기를 바라는 바로 그 의사가 되어라". 학문의 역사와 예술사에도 당연히동반자 여성의 작업을 가로챈 남성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스콧 피츠제럴드는 아내 젤다가 쓴 글을 자신의책에 끼워 넣었다. 그래서 그녀가 글모음집을 출간하려 하자 제목을 ‘작가의 아내로 하라고 은근히 권했다. 그리고 책에는 조력자나 이인자 위치
에리카 종의 여주인공 이사도라 윙은 어머니에게서 예술가나 예술가 지망생이 되지 말라는 주의를 듣는다. 어머니는 이 교훈을 얻기까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딸은 말한다. "할아버지는 자주 내 어머니의 그림 위에 자신의 그림을 그리곤 했어. 어머니는 새 캔버스를 사러 가는 대신그런 할아버지를 피하기로 하고 한동안 시 창작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러다 내 아버지를 만났지. 아버지도 노
랫말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어머니의시적 이미지를 훔쳐 자신의 노래에 써먹었어." 이사도라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글을 쓰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새로운 존재가 되고 싶었다"는 말에서볼 수 있듯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진정성 있는 바람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못할 정도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한다. 에리카 종의 초기 두 소설의 초고에서는 화자가 남성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한 여성의 의견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리란 단순한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녀가 잘 아는 모든 주제는 죄다그녀에게 ‘평범‘하고 ‘너무 여성적’인
듯했다. 게다가 그녀는 주변의 따뜻한격려를 조금도 기대할 수 없었다. 아이를 아홉이나 낳은 그녀의 언니는 그녀가 쓴 시를 ‘자위적’이고 ‘노출광적‘이라 평하면서 그녀의 ‘불임‘을 비난한다. "너는 글쓰기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생을 사는구나!" 2013년 《비행공포》 출간 40주년기념 후기에서 에리카 종은 열 개 남짓 되는 언어로 2,700만 부를 판매하고 영화화를 준비하는 중인데도 여전히 "자신은 소설을 쓰는 나쁜 버릇을가진 시인"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당신이 희생을 거부하거나 당신 자신의 목표를 좇고자 하면 즉각 비난을부른다. 그 거절이 직장 내에서 일어났다면 당신은 건방지고 개인주의적이며, 출세주의자, 거만한 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당신의 편협한 자아를넘어서는 대의를 위해 도와주는 행위의 아름다움과 그 행동이 안겨줄 고결한 보람을 찬양하는 남성 한 무더기와마주할 것이다. 사실상 그들은 정작이렇게 남을 도운 적이 없을뿐더러 보람을 느낀다는 것 또한 남들에게 들었을 뿐이다.
한 자기중심적이라는 유감스런 태도73에 모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특효를 예찬하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어느 젊은 미국 여성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던 여성이 태도를 싹 바꾸게 되는 계기는 오직 아이를 갖는 것" 이라고 표명한다. 그러고 나서 듣는말은 "아무도 당신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처럼 피임과 낙태의 권리는 ‘좋은’ 어머니가 되는 규범들을 강화하는 역효과만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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