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사랑해 주지 않아요."
"그렇다면 남편에게 불만이 많겠군요? 그리고 남편이 다른 여자를 바라보면 화가 나고요."
여자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남편의 사랑을 받기 위해 마법을 썼군요? 약초로 약을 만들거나 동물 뼈를 침대에 넣어 두거나 하지 않았나요?"
"그런 일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건 말할 수 없어요."
크라머의 눈빛이 다시 빛났다. 크라머는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리는 신과 함께하는 자리예요. 나는 그 신의 대리인이죠. 부인의 잘못은 신이 용서해 주실 거예요."
여자는 재판장과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이 자리는 고해성사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저기 피고는 마법을 사용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것이지 남편 사랑을 받지 못해고발된 것이 아닙니다." - P49

"아마도 남편의 사랑을 받고 싶었겠지요. 그런 만큼 남편이 다른 여자를 쳐다보는 것은 죽도록 미웠겠지요. 아마도 마음속으로는 죽이고싶었을 거예요. 저주를 퍼붓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 사탄을 받아들이게 되었을 겁니다. 사탄은 늘 그런 사람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사탄은 부인의마음을 달래 주고 부인의 욕망을 채워 주었겠지요. 사탄은 부드러운 말로 부인을 꾀었을 겁니다. 아마 부인은 그것이 사탄인지도 몰랐을 거예요. 어쩌면 꿈에 멋진 남자로 변신해서 나타났을지도 모르지요."
크라머는 잠깐 말을 멈추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크라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사탄은, 아니 사탄의 꼬임에 넘어간 부인은 남편에게 꼬리를친 여자에게 저주의 마법을 걸었고, 그래서 그 여자가 죽은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그 여자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 여자가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내가 죽이지않았어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내가 그런 게 아니에요!"
여자는 소리를 쳤다.
"잘 알고 있습니다. 부인은 그 여자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사탄이 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저주의 마법을 걸었고, 그래서죽은 거예요. 부인 잘못이 아니에요. 마음속의 사탄이 나쁜 거지요." - P50

「마녀의 망치』는 마녀사냥에 대한 여러 책들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악명 높은 책이었다. 제목에 망치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주술을 망치로 내리쳐 부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마녀사냥의 불길이 가장 거세게 타오른시기는 1480~1520년과 1580~1670년이었다. 1487년에 출간된 『마녀의망치』는 마녀사냥 초기에 그 기준과 방향을 정하는 데 기여했고 그 이후 수백 년에 걸쳐 강한 영향을 미쳤다. 마녀의 망치는 마녀사냥의 지침서로널리 활용되었다.
마녀사냥이 가장 혐오스럽고 악독한 범죄가 된 것은 마녀의 망치』가 제시한 기준 때문이었다. 그에 따르면 마녀로 지목되는 것은 소문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다음엔 죽음이 은총이라고 여길 만큼 혹독한 고문을 해서 자백을 받아내면 그걸로 끝이었다.
마녀재판을 담당한 사법관은 어떤 사람이 석연치 않게 죽거나 질병과사고가 생기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서 누군가를 마녀나 마법사로 지목했다. 이들은 증거로 채택할 수 없는 미성년자나 아이들의 증언도 개의치 않고 채택했다. 올가미에 걸린 동물이 그렇듯이 마녀나 마법사로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갈 수 없었다. 사법관들의 목적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유죄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추측과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마녀를 찾아냈다. 추측의 근거는 ‘마녀의 망치였고, 그 뒤에는 제멋대로 끌어들인 신의 이름이 있었다. 신의 이름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마녀를 찾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발에 무거운 돌을 달고 물이나 늪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물 위에 떠오르면 악마의 힘이 작용했다고 믿었고 물에 빠져 죽으면 무죄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