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모둠 비빔밥을 해먹으면 꼭 돈가스를 해오는 애들이 있었어. 아마 엄마한테 알림장을 보여주지 않았던 거겠지. 그런데 비빔밥에 들어간 그 엉뚱한 돈가스가 의외로 또 맛있었다? 다 부서지고 눅눅해지고 그랬는데도 맛있었어. 그 돈가스처럼 오빠가 좋았어."
".....…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 못하겠어."
"전혀 내 타입 아닌데, 안 어울리는 거 아는데도 좋았다고."
"난 우리가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친구가 웃는지 찡그리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가 어이없을 정도로 나쁜 발음으로 ‘안녕‘이라고 말하는 게 좋았어. 말도 안 되게 나쁜 발음인데 그게 좋았어." - P158
"아침에 거기가 딱딱해질 때마다 내 생각이나 나라, 이건저주야!"
"야, 야."
"으헝헝."
"네 생각이 날 거야."
용기가 손을 뻗어, 여자친구의 손을 잠시 잡았다. 핑크와 옐로의 도트 무늬 손톱을 들여다보고 웃었다. 지지난주엔가, 이쑤시개로 애써 점을 찍으며 네일 따위 돈 주고 받을여유 없다고 툴툴거렸었다. 그정도는 시켜주고 싶었다. 또뭐가 해주고 싶었었지? 아, 편한 신발을 사주고 싶었다. 발가락뼈를 튀어나오게 하지 않는, 균형이 잘 잡힌 신을 샴페인 색깔의 화장품도 사주고 싶었다. 볼살이 빠지면 그런 골드가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가볍게 손톱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었다. 여자친구도 입맞춤의 의미를 깨닫고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대단한 사랑, 세계가 기억할 사랑을 얻기를. 나는 줄 수없었지만 꼭 그랬으면 좋겠어.
용기는 여자친구와 그렇게 헤어졌다. - P159